노인과 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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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바다를 늘 ‘라 마르*’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이곳 사람들이 애정을 가지고 바다를 부를 때 사용하는 스페인 말이었다.

물론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바다를 나쁘게 말할 때가 있지만, 그럴 때조차 바다를 언제나 여자인 것처럼 불렀다.

젊은 어부들 가운데 몇몇, 낚싯줄에 찌 대신 부표를 사용하고

 상어 간을 팔아 번 큰돈으로 모터보트를 사들인 부류들은 바다를 ‘엘 마르’라고 남성형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들은 바다를 두고 경쟁자, 일터, 심지어 적대자인 것처럼 불렀다.

그러나 노인은 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했으며,

 큰 은혜를 베풀어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는 무엇이라고 말했다.

설령 바다가 무섭게 굴거나 재앙을 끼치는 일이 있어도 그것은 바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려니 생각했다.

 달이 여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바다에도 영향을 미치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 무생물에도 성의 구별을 두는 스페인어에서는 바다를 여성형으로 ‘라 마르(la mar)’,

남성형으로 ‘엘 마르(el mar)’라고 부른다.(31))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의 줄거리는 참으로 단순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인의 마음을 내 마음에 담아두고,

노인의 시선으로 이 소설을 읽어보았다.

 

거친 노인의 육신은 힘이 넘치지만, 젊은 시절에 비하면 근력이 많이 떨어졌고,'

84일동안 허탕을 칠 정도로 운도 쇠진했다.

 

몇 방으로 때려잡을 수 있던 상어에게도 치명타를 가할 수 없고,

몸에는 쥐가 난다.

 

그렇지만, 젊은 시절의 활기를 회상하는 노인의 아스름한 추억에 잠기는 시간들을 생각하면,

나의 노년을 조금이라도 준비해야하겠다는 조급증도 든다.

하지만, 뭐 언제는 준비해서 어른이 되고, 준비해서 직장을 갖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았던가 생각해 보면,

이러구러 사는 것이 인생이란 생각도 든다.

 

노인의 투쟁에 관심을 보이며 읽을 때와는 달리,

노인이 집으로 돌아와 앓아 누워 깊은 잠에 빠지는 부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육신의 노쇠와 함께 정신의 각박함도 따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스스로 굳건한 심사를 지키려는 고집도 필요한 일일 게다.

이미 읽었던 책이라도,

조금 다른 시점으로 읽으면,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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