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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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원에서 행하는 모든 발표의 배후,

그러니까 제 경우에 비추어 말하자면 체포와 오늘 심리의 배후에 어떤 거대한 조직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중략) 그런데 여러분,

이 거대한 조직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무고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그들을 상대로 무의미하며 제 경우에서처럼 대개 아무 성과도 없는 소송을 벌이는 것입니다.”

 

가난하던 시절,

내 꿈 - 아버지의 꿈은 내가 법조인이 되어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다.

난 공부를 잘 했지만, 법조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면, 고시 공부를 하는 동안,

후견인 없이 불안한 생활을 견딜 자신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대학을 다니면서 시위 현장에서 여러 번 경찰서를 가보기도 했고,

나이들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해 본 결과,

법조인이 돈을 번다는 일은... 참 부조리한 사회의 결과물이지 싶다.

 

소송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참담했다.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고,

이해되는 스토리도 하나도 없다.

아무 이유 없이, 소송에 휘말리고, 억압당한다.

인간 존재는 소송과 재판정 앞에서 무화된다.

그런 것이 소송의 의미다.

 

소송이란 유령에게 휘말려 본 사람들은 이 소설의 부조리함의 두려움을 더 실감하리라.

허나, 얼마 전 읽은 장애인 노들야학의 교장 박경석이

법정에 수십 건으로 소송당한 사람이, 참으로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장애인이란 신분을 이용하여 법관의 자애를 얻어내며 조롱하는 것을 보면서,

소송이라는 것은,

가진자들을 위하여,

누리지 못하는 자들의 외침을 막는 가장 '정치적인 것'의 최일선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갖 부조리한 자들이 내지르는 일갈이 바로 '법으로 대처하겠다.'인 것으로 보면, 그렇다.

그리고 세월호 유족들이 입을 상처를 생각지도 않고 망언을 내뱉은 자들은 '쏘리' 하면 그만이지만,

정부에게 질책하는 잠수사, 시민들은 소송에 휘말린다.

소송은 부조리한 정권을 수호하는 수호천사인 것이다.

 

그 소송을 주관하는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다.

불쌍한 사람이라고 해서 봐주지 않겠다는 듯이.

저울을 들고 있다.

가진 것 없는 너희의 불안감을 조장하려는 듯이.

그리고... 무서운 무지막지한 검을 들고 있다.

죽기 싫으면 까불지 말라는 듯이...

 

소설을 읽는 내내... 불안하고 답답하고, 억울하고... 말도 안돼~! 하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이게 소설이란 말인가?

이게 질서란 말인가?

 

그런데 한발 떨어져 생각해 보자.

 

이것이 국가인가?

이것이 대통령이고, 이것이 총리인가?

이것이 여당이고, 이것이 야당인가?

 

그리고 나도 그렇다.

 

이것이 교사인가?

이것이 학교인가?

 

삶의 어느 한 지점, 부조리 아닌 점이 없지만,

그 극치는 역시 '소송'이다.

 

2008년 이후, 촛불 집회가 끝나지 않았다.

민변은 바쁘다.

소송의 부조리 시대가 바야흐로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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