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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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식은 '변수에 따라 참 또는 거짓이 판별되는 식'을 일컫는다.

'방정식을 푼다'는 말은 그 식을 '참'으로 만드는 '답'을 구한다는 말이 되고,

결국, 한여름의 방정식은 한여름에 일어난 사건에서 아귀가 꼭 맞는 설명을 찾는 노력을 뜻하는 것이렷다.

 

추리소설이니 당연히 사람이 죽는다.

자살로 추정되던 사건이 피살자가 퇴역 형사였음이 밝혀지면서 부검과 함께 살인사건으로 변한다.

 

흔히 살인자 또는 살인마는

태생이 못돼먹은 인간 말종인 녀석들이고,

지레 저놈은 살인을 하고도 남을 녀석이라고 주변에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이런 추리소설들에서 보면,

쉽게 '답'을 구하는 방정식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답'은 추리자의 모든 궁금증, 왜???를 해소해주지 못한다.

그 방정식을 푸는 것은 오묘한 재미와 함께,

삶의 짙은 페이소스를 함께 비극적 슬픔으로 끼얹어준다.

 

현대 과학의 한계라는 것이 존재하는 걸까?

있다면 무엇이 그런 한계를 만들어 내는 걸까?

그건 바로 인간 자신이야.(547)

 

과학 또는 방정식은 정해진 루트를 통하여 정해진 답안을 찾아낸다.

정해진 답안 외의 수치가 대입되면 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란 변수는 과학 앞에서 변화무쌍한 존재인 셈.

 

나루미 양의 임무는 인생을 소중히 살아내는 거야.

지금 이상으로.(542)

 

개입하고 싶지 않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뒤틀리게 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은 기필코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어.(536)

 

사람이 살해된 것은 '사실'이고,

살인범으로 지목된 사람이 감옥생활을 하고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실'은 은폐되어 있고,

그 진실을 알고있는 사람들은 '인생이 뒤틀리게' 될 수도, '인생을 소홀이 살게' 될 수도 있었다.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따뜻한 온기를 지닌 성찰을 보여준다.

 

공식에 숫자를 대입하는 건 그저 계산문제일 뿐이야.

우리들이 도전하고 있는 건 도형문제라는 걸 잊지 마.(296)

 

방정식이란 평면적 해설로는 도무지 인생을 설명할 수 없다.

인생이란 것은 2차원이나 3차원을 넘어선 복잡한 공간도형의 변수로 이어지는 과정이니 말이다.

 

자네는 환경보호 전문가일지는 몰라도

과학에 관해서는 아마추어잖아.

해양자원 개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양립시키고 싶다면 양쪽에 대해 동등한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갖춰야 해.

한쪽을 중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건 오만한 태도지.

상대의 일과 사고방식을 존중할 때에 비로소 양립의 길도 열리는 거야.(241)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로도 재미있지만,

이런 수학적 과학적 테마들에 대한 단상들을 느낄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그런 점에서 '방정식'이란 제목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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