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편지
권오분 지음, 오병훈 그림 / 도솔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황대권 선생의 야생초 편지를 감명깊게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그 아류라고 치부하고 넘기다가, 그림이 하도 고와서 읽게 된다.

감옥에서 귀하고 힘겹게 키워내는 야생초 편지의 절절함에 비하면, 천방지축 꽃사랑 아줌마의 발걸음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추억과 함께, 우리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꽃들이 예쁜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삶은 죽음이 있어 소중하다지만, 지고 안지고를 떠나서 작더라도 꽃은 꽃임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달개비에서부터, 토끼풀, 원추리, 진달래 같은 예사 꽃과 금꿩의 다리, 해오라비 난초, 자주꽃 방망이, 고마리 들은 꽃에 맺혀서 사는 저자 덕에 만나 보기만이라도 하는 꽃들이다.

사람을 만나면 세 사람에 한 사람은 내 스승이 계시다고 공자님이 그러셨던가.

굼뱅이도 궁굴 재주는 있다고 했는데... 잘나고 똑똑한 사람 많은 세상에서, 생뚱맞게 얼굴 벌겋게 탄 신부가 고운 제비꽃 부케를 들고 시집을 가는 이야기도 나름대로 풋풋한 푸성귀 맛이 난다.

식물도 꽃을 피우고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서는 <시련>을 주어야 한다는 말처럼, 세상의 시련들은 우리에게 꽃을 피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예비인가 하는 것을 생각한다.

계수나무의 달착지근한 향과 매혹적인 노랑 잎도 만날 수 있고, 여기까지 향기가 물씬 전해 오는 산국화의 뭉치를 코에 달고서 가볍고도 상쾌한 이 책을 만난 것을 행운으로 여긴다.

보통 이런 책의 작가들이 무슨무슨 교수 아니면, 무슨 협회장이란 명함을 떡하니 박고 사는데 비해, 이 글의 작가 소개는 ~~회 회원으로 만족한다. 그러면서 법정 스님이 발간하는 <맑고 향기롭게>에 꽃 이야기를 5년 연재했다니, 그 꽃에 대한 지극 정성과 유별난 사랑 이야기가 어찌 읽을 것이 없을쏘냐...

한국식물연구회장이자 한국 수생식물 연구소장으로 계시다는 오병훈 선생님의 그림이 참 정감있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식물 도감 한 권을 만났다. 여느 도감의 사진보다 훨씬 정겨운 느낌이랄까...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에 버금가는 친환경 도서를 만나 행복한 하루였다.

각 글의 처음에 박힌 연두, 주황, 자주, 쪽빛의 글자들도 어찌 그리 정겨워 보이던지... 비가 내려서 내가 좀 젖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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