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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 &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허봉금 옮김 / 민음인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7주가 지났다.
생떼같은 아이들이 생매장 당하는 것을 두 눈 번히 뜨고 지켜보며 황망했던 날이,
그런데도 국가라는 것이 아무 의미도 없이 헛짓을 하는 것을,
더 염장을 지르는 것일 뿐인 괴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기간이...
문제를 파악하여 사건을 속속 파헤치고 해결하면서 두고두고 이번 일이 교훈이 되도록 움직이기는커녕,
감추고 숨기고 조작하며 엉뚱한 선거에나 눈물을 써먹는 파렴치를 저지르는 것들을 보면서 날마다 좌절하고 분개한 것이...
사회는 고통 속에서도 우리가 꿋꿋하게 견뎌나가기를
불평을 늘어 놓지 않고 빨리 예전처럼 돌아가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를 요구한다.(10)
툭하면 경기가 나빠져서 문제라는 둥,
어서 속히 회복해야 하겠다는 둥, 이런 변죽을 울리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이 못사는 나라여서가 아니라,
잘사는 나라인줄 알았더니, 잘사는 것들은 그들만의 천국을 이루고 산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계기만 반복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제대로 애도하고 위로받는 과정에 대하여 쓰고 있다.
구구절절이 올바른 말이지만,
아, 어쩌랴...
그것이 이 땅에서는 하나하나 조목조목, 걸림돌에 걸려 발부리에 생채기만 더할 뿐임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95602&CMPT_CD=P0001
<정혜신, 세월호 유족, 치유적 메스 댈 시기 아냐...>
이 기사를 읽으면서 '심리 상담이 아니라 상담 받으라는 떼쓰기'라는 구절에 마음이 아렸다.
정말 애도를 하는 마음이라면,
계속 지켜보면서 심리 상담이든 무엇이든 필요한 것에 조력할 자세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즉각 투입하여 결과를 내지 않고는 치유가 안 되는 것처럼 막무가내로 접근하니
차라리 이런 민간의 접근이 눈물겹게 고맙다.
밤은 긴 터널이고 우리의 목표는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며
잠들기 위해 긴장을 내려놓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우리 각자가 호흡을 평온하게 만들어
긴장을 풀어 주고 잠들게 해주는 자기 나름의 비결을 찾아내는 것이다.(176)
밤은 긴 터널이다.
목표는 그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다만, 그 터널을 잘 빠져나오는 애도가 중요한 것이지, 얼마나 빨리 빠져나오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충고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은 사람에게 충고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브르타뉴 지방의 재떨이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나에게 충고하지 마십시오.
나는 혼자서 실수할 줄 압니다. 감사합니다."(20)
"우리 마음 속에 살아있는 망자를 죽이다."
그것은 또한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그보다는, 죽은 사람을 우리 기억 한가운데 알맞은 자리에 놓아 두고
그와 맺은 끈들을 각각 적당한 시점에 하나하나씩 천천히 풀어나가는 것이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꼭꼭 숨기면 애도를 회피하기에 이르고,
그러면 그 사람에게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오지만,
이것은 일시적 현상으로
이전보다 중요성이 덜한 죽음을 맞아 틈새를 드러내 보일 수도 있다.
"정성을 다하여 애도 작업을 하면 죽은 사람을 절대로 잊지 않게 된다."(23)
그래서 잊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진실된 애도는 절대로 잊지 않는 것이다.
국가를 집권하고 있는 세력은 어서 잊고 현실로 돌아와서 톱니바퀴로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상처입은 사람을 카프카의 '벌레'로 보는 한,
다시 톱니바퀴로 돌아가 사는 일은 무의미하다.
특히 용납할 수 없는 억울한 죽음의 경우,
원혼이 이승을 떠돈다.
망자이지만 죽지 않는 것이다.
살아있는 자와 망자 모두를 위하여,
차근차근 끈을 풀어나가야 한다.
매듭이 묶인 곳은 풀어 나가고,
길이 막힌 곳은 뚫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첩첩으로 막힌 가슴들을
총칼로 억누르고 건너가려 한다면,
더 큰 상처만 내게될 뿐.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하여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74)
우리는 보았다.
사고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사고를 통하여, 대한민국의 침몰을, 그 추악한 민낯을 보게된 것이 이렇게 애도를 힘겹게 한다.
잊지 않고,
오래오래
망자를 살려 두는 수밖에 없다.
차마 울지도 못하는 당신들에게 이 책은 작지만 애도의 길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