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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책 - 파블로 네루다 시집
파블로 네루다 지음, 정현종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2월
평점 :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인 '질문의 책'
이 책 속에 담긴 상상의 꼭지들은 마치 젤리처럼 말캉하다.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뇌가 연두부처럼 말랑하고 젤리처럼 부드러운 사람이라야,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어른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캉한 질문들을 잊거나,
되려 질문하는 사람들을 호되게 꾸짖는다.
죽은 시신처럼 뻣뻣한 사고를 가지고,
"그렇게 해서 어찌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 안녕을 꾀한단 말이오?" 거만하게 말한다.
쥐뿔도 모르면서...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
왜 우리는 둘 다 죽지 않았을까?
만일 내 영혼이 떨어져 나간다면
왜 내 해골은 나를 좇는 거지?(44)
누구나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
그러나 아이적의 순수함은 어디로 갔는지,
다른 삶을 사는 다른 모습의 자신을 보고도 스스로를 자신이라 믿는다.
30년만에 만난 동창들은 모두 다른 모습이 되어버렸는데 말이다.
사랑도 지나고 보면 부질없는 것일는지도 모르고,
변해가는 것만이 유일한 진리인 삶을 살아가는 자신에 대해
확신하며 사는 것이 오히려 우습다.
뿌리들은 어떻게 알지
빛을 향해 올라가야 한다는 걸?
그 많은 꽃들과 색깔들로
대기와 인사해야 한다는 걸?
그 역할을 되살아나게 하는 건
늘 똑같은 봄일까?(72)
이유없이, 자연스럽게 그러한 것 같지만,
아기의 눈처럼 말랑한 마음은 계속 질문을 찾아낸다.
죽음의 통로를 끝까지
간다는 건 뭘 뜻하나?
소금 사막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바다에서
입고 죽을 옷은 있을까?
뼈들도 사라져버리면
마지막 먼지 속에는 누가 사나?(62)
삶은 과정.
통로를 지나 언젠간 끝을 맞는 것.
인생은, 세상은 소금 사막.
생존 조건은 팍팍하고 잔인한 곳.
그러나, 다 사라지리라.
마지막 먼지조차 사라지리라.
그때도, 살아남은 존재를 상상할 수 있을까?
삶이란 그렇게,
혹독한 조건이라 해도 살아남아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조건이 아닐는지...
날마다 불이 나고, 사람이 죽어나간다.
이것이 국가입니까?
이러면서 묻기 시작한다.
질문하지 못하게 하는 마음은
단단하게 고착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공고화하려는 자들의 기도다.
물어야 한다.
자꾸 질문하는 것만이,
삶을 조금이라도 더 말랑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당신은 지구가 가을에
무슨 명상을 하는지 아는가?
(첫 황금빛 나뭇잎에
왜 메달을 주지 않을까?)(16)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네모난 것들로 가득하다지만,
원래 자연은 네모난 것 하나 없었다.
제멋대로 생긴 존재들을 바라보는 눈.
그것이 시인의 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