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슬픔과 기쁨 우리시대의 논리 19
정혜윤 지음 / 후마니타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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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이명박근혜 정부가 사람을 죽인다'고 했다는데,

그 말은 절반은 옳고 절반은 그르다.

 

전두환의 집권 시절, 세계경기는 호황이었으나,

5공 말기부터 세계경기가 다운되고, 한국의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 요구에 따라

외세의 정치적 개입보다는 경제적 개입이 강화되는 물결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세계화를 외친 김영삼 정부 이후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대책없는 외국자본의 유입은

얼어붙은 발에 오줌누기 식이었고,

그 고통은 이명박근혜 시대의 각종 규제 철폐로 노동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 책임을 누구에게 미룰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국이란 국가의 '사회 구성체'는 이미 '정경유착을 통한 국가 독점 자본'이 판을 휘어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국가 독점 자본은 이제 세계 자본의 하위 블럭으로서 기능하고,

또다시 한국보다 하위 레벨 국가의 상위 구성체로 기능하게 된다.

 

쌍용차의 문제는 단순한 경찰의 폭력(무장경찰의 폭력, 사측이 고용한 용역 깡패의 폭력, 경찰의 최루탄 폭탄 등)이거나

정리해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 자본이 자본을 낳는 '악마의 연쇄' 속에서

누군가는 회사를 저평가하고, 누군가는 그 회사를 먹고 튀는 일이 벌어지는데,

국가는 그것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사회 안정을 위해 힘쓰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탄압하는데 공권력을 쓰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나 용산 등의 참사의 밑바닥에는 저 추악한 '악마의 금전'이 연쇄적으로 권력과 맞물려 있다.

그저 해고가 되고 복직이 되는 단순한 싸움이 아니다.

그 근저에 쌓인 '진실'을 밝히는 데서 이 싸움은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그것은 세월호와 같다.

용산에서 행한 국가적 폭력에 야당도, 국민도 저항하지 못한 것이 쌍용차를 낳았고, 세월호를 낳았다.

세월호를 잊으면, 더 큰 죽음의 연쇄가 당장 '나'에게 닥칠 것을 직시해야 한다.

 

한 기업에서 사람들이 계속 죽어갔는데

이 땅에 살면서 방치되는 것이 맞느냐?(241)

 

스물네명의 쌍차 관련자들이 병들어 죽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랬다.

 

아직까지 비정규직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려 하는 걸 본 적이 없을 뿐.

본 적이 없어 헛짓이라 하는 것.

저는 그것을 상상력이라고 불러요.(233)

 

힘들 때일수록 상상력이 필요하다.

기계 부품처럼 인간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자본의 논리에 저항하는 일은 지난하다.

그 투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현실은 팍팍하다.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칼날을 내민다.

다만 약자들에게는 희망이라는 상상력이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일요일 아침에 눈을 딱 떳을 때,

그럴 때 만나는 일상에 행복해하는 사람들.

일상을 잃어본 이들이 이야기가 이 책에 그득하다.

 

모든 변호사들이 그랬어요.

법대로 하면 복귀된다고.

회사가 잘못한 게 밝혀지고 있는데 잘못한 놈이 해고시켜 놓고,

그걸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하면 뭘 할 수 있겠어요.(210)

 

법은 10,000인 앞에 평등하댔다.

나머지 49,990,000인은 법 앞에 평등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상상력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 버텨야 한다.

이런 책을 읽고, 후원금을 보내면서 버텨야 한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신경림, 파장)

 

못난 놈들끼리 연대해야 한다.

정몽준 아들이 말한대로 '미개'하고 '미천'한 존재들이 손을 잡아야 한다.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는 꿈을 접을 수 없어 견딜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소망은 가족과 함께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것입니다.(183)

 

그들만 공장으로 돌아간다고 하나도 나아질 것은 없다.

반올림이 죽음들이 진실을 밝혀야 하고,

무노조 신화 삼성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시신 탈취로 신속함을 보여준 폭력경찰에게 잘못을 되돌려줘야 하고,

세상은 돈 많은 권력자들 중심으로 돌아가지만은 않는 것임을,

이건희에게나 골든타임이 적용되는 나라가 나라라고 여겨져서는 안되는 것임을,

뼈저리게 얻어맞으면서, 쫓겨나면서 배워야 한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

 

진짜 애도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변화의 물결이 생기는 것이지 않겠어요?(171)

 

대한문 앞에서, 평택에서 억압받던 노동자들이,

사실 얼마나 일을 신이 나서 했던 사람들이고,

일 잘 한다고 인정받던 사람들이고,

자동차 조립하는 기름밥을 자랑삼아 먹던 사람들인지를, 그 자부심을 읽어야 한다.

 

거짓으로 일관하는 언론은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용역들은 '일터를 지켜낼 수 없다'며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고 공장을 떠났습니다.

저들이 떠난 공장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습니다.

저들은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파업노동자들이 보호하고 있던 부품과 생산시설까지

부수고 나갔습니다.

부서진 부품과 기계들을 보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78)

 

용산에서 쓴 컨테이너, 그걸 가지고 와서 최루가스를 부어버렸어.

도장반도 불내고 현장에 기름 뿌리고 완전 아수라장이었어.(40)

 

용산에서도 보았듯,

폭력 경찰들은 '용역'이란 이름의 깡패집단과 한 패가 되어 노동자를 짓밟는다.

공권력의 민영화라고나 할까. 참 치사하지만 더럽게 무서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세상은 단번에 개선되지 않는다. 그러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혁명을 일으켜 지금의 권력자들을 쓸어낸다고 세상이 청소되지는 않는다.

먹물에 맑은 물을 계속 들이 붓노라면, 차츰차츰 물이 맑아지리라는 상상력을 놓지 말아야 한다.

먹물을 부으려는 자들과 계속 싸우면서,

맑은 물을 붓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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