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평점 :
월든을 읽을 때, 개념 잡기가 어려웠다. 은둔자이면서, 힌두 신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다가, 불복종 이야기도 나오고... 소로우가 가진 위상에 대해서 선뜻 다가설 수 없었다.
이 책은 소로우가 블레이크에게 보낸 편지들을 옮기고, 각 편마다 류시화가 적절한 설명들을 붙여서 개념을 잡는데 큰 도움을 준다.
갠지스의 힌두 신들에게서 영향을 받고, 다시 그의 영향으로 불복종 운동을 인도 땅에서 일으키고... 나비의 날갯짓은 어떤 폭풍을 불러 올는지 예측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환경에 적응하고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그처럼 예견한 이도 드물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한 것은 <노예>적 삶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노예>가 되는 것이다. 노동자란 곧 임금에 자신의 가치를 팔고 노예로 종속하게 되는 것이다. 이 노예 생활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소로우처럼 은둔의 삶을 살든지, 아니면 끊임없는 불복종의 생이 되어야 할 것인데... 그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
아침에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하고 회의에 참석한다. 조회에 다녀오고, 수업을 진행하고, 종례를 하고 퇴근 시간에 맞춰 집으로 간다. 이것은 내 삶을 노예로 만드는 틀이 된다. 이 노예로서의 삶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대하는 내 시선과, <주어진 교과서>를 수업하는 방식에서 <인생에 도움이 되는 수업>으로 바꾸는 것이 일단의 방편이 되리라. 그러나 이것도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부지런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미들처럼. 당신은 무엇을 위해 부지런한가?>
그렇지. 부지런한 선생이 올바른 것은 아니지. 나태한 선생에 비해서는 조금 낫다고 할 수 있지만, 부지런하기만 해서는 많이 부족하다. 개미들의 의미없는 못짓들처럼. 늘 무엇을 위해 부지런할 것인지, 무엇을 위해 부지런하고 있는지... 방향을 잃지 않도록 나침반을 보고, 이정표를 살피며, 지도책을 짚어 보고, 등대를 놓치지 않는 치열한 영혼의 맞대면이 그 길을 알려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