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우테 에하르트 지음, 홍미정 옮김 / 글담출판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많은 여성들은 자신이 멋지게 해낸 일을 드러내지 않고, 과시하려 들지도 않는다. 단지 다른 사람들이 먼저 알아주기만을 속태우며 기다리다가 아무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우울증에 빠지거나 기껏해야 히스테릭한 사람으로 변한다.

이 책의 저자는 여자를 옭아매는 뿌리깊은 편견을 7가지 제시한다.

1. 아름다운 여자가 사랑받는다.

2. 강한 여자는 외롭다.

3. 모든 여자는 ‘엄마’가 돼야 한다.

4. 여자에게 ‘남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5. 여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해야만 한다.

6. 화내는 여자는 매력적이지 않다.

7. 여자는 약한 존재다.


서양에서도 페미니즘이 앞서 주창된 독일에서 이런 책이 나왔을 정도니, ‘홧병’ 전매 특허인 대한 민국의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일은 만만한 일이 결코 아니다. 이영애는 여자라서 행복할지 몰라도, 난 여자로 살아간다면 정말 불편할 것 같다. 매일 얼굴에 0.1mm에 가까운 콤팩트를 떡칠하고 살라면 정말 하루도 살 수 없다. 직장 생활 하면서도 아이가 참관 수업 하면 조퇴하고 쫓아와야 하고, 급식 당번 돌아오면 와야 되고, 청소도 하러 가야되는 파출부 엄마 노릇을 나는 할 수 없다. 아이의 학원을 돌아다니면서 알아 봐야 되고, 은행의 갖가지 잡무를 하는 여자 노릇을 나는 정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자기를 희생하고, 양보하면서도 전혀 티내지 않는 <착한 여자>들이 <이 땅의 원더 우먼>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한다.

나도 아내에게 얼마나 많은 일들을 분담하지 않고 미뤄버렸던가. 은행에 갈 시간이 나라고 없었던가? 아이가 6학년 되도록 참관 수업을 한 번도 못 갈만치 시간 내기가 불가능하단 말인가? 학교 급식 도우미까지는 못가더라도, 남자라는 이유로 얼마나 편하게 살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그래서 여성들이 읽어야 할 책이 아니라, 남성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모든 교사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또 모든 자식 가진 부모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학생들에게는 ‘이해하고 순종적이며 협조하고 희생하는 겸손한 여성상, 바로 현모 양처’인 여자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당당한 여성>으로 설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사가 필요하다.

자식들에게는 가사 노동을 분담하고, 자식 양육에 같이 힘을 기울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이 곧 교육임을 몸으로 가르쳐야 한다.

“착한 여자는 하늘 나라로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 이것이 이 책의 독일어 원 제목이다. 공지영의 착한 여자란 소설을 읽고 화가 났던 적도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에는 반드시 치열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학생 교실은 깨끗해야 한다.’는 잘못된 상식을 깨야 한다.

다른 사람과 결별하면 했지, 자기 자신과는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다는 각오로 사는 일은 얼마나 힘들까마는... 자신의 가치를 발전 시티고, 능력을 인정하며 욕구에 관심을 가지는 당당한 여성, 싫을 때 싫다고 할 수 있는 여성... 이것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의 여성일 것이다.

그러나, ... 고정관념을 깨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많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인데 비해, 11,800원이란 가격과 화려한 색감의 그림들, 강해보이는 사진과 두꺼운 종이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든 책 같지는 않다. 여성 문제와 환경 문제는 떨어져 있는 것만은 아닌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