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사회를 넘어서 -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
세르주 라투슈 지음, 정기헌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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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의 배터리 수명을 의도적으로 18개월에 맞추어 생산한 애플사를 상대로 한 고소...

재판이 아니라 한발 물러선 합의로 결론.<영화, 전구 음모 이론>(93)

 

이 책을 읽노라니,

휴대폰은 산지 1년이 넘으면 배터리가 심각하게 급격히 기능이 저하됨을 실감한다.

약정기간 2년이 문제가 아니라, 2년이 되면 충전하기 짜증나서 새로 장만하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평생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직도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소비자 단체에서 활동하는 브래디 부인은 '단 하나뿐, 피아노!'라고 대답(93)

 

난 지금 타는 차를 13년째 잘 몰고 다니고 있는데, 아직도 멀쩡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2~3년만 되면 디자인이 구리다면서 차를 바꾼다.

세상에~ 하긴, 요즘 자동차는 기계가 아니다. 전자제품이나 마찬가지.

나사나 부품 하나를 바꾸는 게 아니라, 조금 고장나면 키트를 몇 만원 주고 바꿔야 하는 판국이다.

 

요즘 '엄마의 밥상'이란 프로그램은 아내가 잘 찾아 본다.

곁눈질로 보노라니, 시골의 투박한 할머니 밥상을 그야말로 가감없이 보여준다.

시골 할머니들은 언제부터 써왔는지도 모르는 돌확에 콩 같은 것을 갈고,

절구나 시루를 자리잡게 하도록 브이자 형 나무받침대를 받치는데,

손때묻은 그 도구들은 백 년도 넘게 이어져오는 물건들이다.

누가 만들어 파는 것도 아니고, 그저 대물림되어 오는 그런 것들.

 

'계획적 진부화'라는 무서운 말은 얼마나 참담한지...

계획적 진부화 - 인위적으로 수명을 단축하거나 결함을 삽입하는 방식(34)

 

인간은 '욕구'를 충족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다.

갈수록 '욕망'을 부추기는 상업 광고는 잔인하게 인간의 심리를 파고 든다.

욕구는 제한이 있지만, 갈수록 커지는 욕망과의 갭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 차이를 '요구'라고 하는데 요구심이 커질수록 삶은 불만으로 가득차게 된다.

 

광고는 '고의적 기술적 결함을 삽입'하기 전과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를 한다.

 

이런 식으로 일회용품의 영역이 무한정 확대되다 보면

머지않아 결혼, 시민권, 그밖의 개인적, 사회적 관계들도 일회용으로 간주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보면 심지어 국가간 관계조차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이미 아시아 대륙 전체가 티슈 한 장 처럼 쓰고 버리는 존재로 취급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인간이 진부화 되는 일만 남은 셈인가.(74)

 

낭비 사회.

낭비를 조장하는 사회.

아니, 낭비라는 부조리를 계획적으로 조장하는 자본의 사회.

 

결국, 마르크스가 얼마나 지혜로웠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자본에 의한 인간의 소외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만국의 노동자는 단결해야 하는데...

선진국에 의한 후진국의 착취는... 세계화란 이름 하에

글로벌 차원의 '갑'을 만들어버리고...

만국의 노동자는, 자국의 자본가라는 '갑'을 뛰어넘어

세계의 자본이라는 '슈퍼 갑'을 만나게 되니... 갈수록 글로벌 지구는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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