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일요일에 늦게 일어났더니 열두시가 돼서도 잠이 안 온다. 책을 잡고 있다보면 졸리겠지... 하다가 새벽 세 시가 되어 다 읽고 말았다. 정혜신은 무서운 사람이다.

그의 남자 대 남자는 그 기획 의도가 신선했던 만큼 반향도 좋았던 것 같다. 이제 그 두번째 책으로 사람 대 사람이 나왔다. 여기서 여자는 심은하, 김수현, 박근혜의 세 사람이고 남자가 열 세 사람이다.

결혼 후 세 가족이 처음 여행을 떠날 땐, 참 좋았다. 모든 곳이 처음이었고, 그만큼 갈 곳이 많았다. 역시 유명한 곳은 볼 것도 많고 사진찍기도 좋았다. 요즘은 어디 갈 곳이 별로 없다. 이미 다 가버렸기 때문이다. 사진 찍을 곳도 별로 없고, 새로운 곳이라고 찾아가도 실망하기 쉽다.

역시 첫 경험만한 두번째 경험은 없다고 봐야 할까... 그러나,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정혜신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낀다. 직업이 정신과 의사라지만, 난 그의 의식을 해부해 보고 싶다. 조목조목 분석은 못하고 그냥 마구 헤집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수십 년간 자료를 모아 글을 쓰시는 김윤식 교수님을 보는 듯 하다.

겉보기에는 <심리 + 평전>이라고 적어 놨지만, 명백히 이 책은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담보한 <정치적 성향이 가득한> 책이다. 오히려 독설을 그 모토로 한 딴지일보보다 훨씬 위험한 책이다.

딴지일보나 강준만이 들고 까는 인물들, 굴곡진 현대사의 악당들을 정혜신은 일견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듯하다. 이해하는 듯하다. 아니,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을 거라고 쓴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들은 자기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료의 이야기라고 한다. 사료가 보여주는 이야기... 그건 이미 지나간 역사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고 <객관적>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책을 안 읽는 사람이거나, <역사>에 대한 인식이 없는 쪽이거나 그럴 것이다. 60년대의 개발정책과 70년대의 노동 탄압, 80년대의 인권 탄압과 미국의 저강도 정책... 국가 독점 자본주의의 폐해가 마구 파헤쳐지는 90년대 이후... 냉전의 종식과 딴판으로 아직도 판치고 있는 이데올로기 색깔 논쟁과 같은 현대사를 살아온 이 치고, 우리 역사를 지나가버린 것으로 읽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모두 어느 쪽으론가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자기가 선 곳을 객관적으로 중립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정혜신은 왜 이런 글을 쓰는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쓰는 것이다.

저돌적이지만 무뇌충일수 있는 이명박, 공주가 아니라지만 분명히 공주인 박근혜, 엽기적 사건으로 해프닝을 벌인 정몽준, 새파랗게 젊은 놈이 유교적 꼴통을 자처하는 이인화, 보수 논객을 자처하지만 자기당착에 빠지곤 하는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 이런 사람들을 들고 파는 이유는 <그들을 객관적으로 엿먹이기 위한 것> 외의 무슨 목적이 있는가.

이창동의 감성, 김근태의 지성과 끈기, 박찬욱의 힘, 심은하와 김민기의 숨은 끼, 문성근의 부드러운 지성, 나훈아의 관리와 김중배의 결단, 싸가지 없기도 하지만 신들린 김수현의 붓, 단아미의 대명사 손석희, 몸으로 글쓰기 대표주자 김훈... 이런 글들은 심리적으로 분석하는 듯하지만, 그의 편향된 취미가 분명히 드러나는 예가 아닐까 한다.

그는 분명히 <스타>를 따라다니지 않는다. 이들은 분명 스타이지만, 정혜신에게 선택된 데는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살았던 시대를 나도 살아본 사람으로서, 그의 논조에 많은 부분 동의하고, 감격하지만, 특히 김근태, 김중배 등의 행보는 두고두고 우러를 그것이지만, 나는 그의 글이 재미있다가도 갑자기 징그럽다. 몸을 타고 오르는 개미처럼 소름을 돋치게 한다.

마치 냉전시대 언제나 내 몸을 짓누를 준비가 되어있는 보이지 않는 대립자에 가위눌리던 그 기억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그의 책에 찍힌 <vs>는 약해보이지만, 나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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