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기행 - 삶과 죽음의 언저리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전부터 읽어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던 작품인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빌려 왔는데, 알고보니 이 책은 구판이고 새로 나온 책이 2년 전에 간행되었다. 목차를 보니 내용은 비슷한 것도 같은데, 사진이 달라졌단다. 음. 인도는 20년 전과 현대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새 책도 문득 보고 싶다.

내가 읽었던 인도 기행은 인도가 신기해서, 남들이 간다니깐... 간 이들도 있었고, 정말 나를 찾기 위해서 모든 걸 버리고 떠나본 이들도 있었고, 류시화처럼 오래 살면서 쓴 이도 있고, 학자로서 살던 경험을 쓴 이도 있다. 그들의 책과 이 책도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바로 인도는 혼란스럽다는 것.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나름대로 평화를 간직한 사람들이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는 그것이다. 그래서 스님이지만 릭샤와 물건 값을 깎아야 했고, 늘 비행기를 기차로, 기차를 버스로 갈아타며 예정했던 여행대로는 움직일 수 없었다는 점이겠다.

법정 스님의 이 책이 다른 점은, 이 책이 89년에 조선일보 창간 70주년 기념으로 연재한 글이면서 부처님의 행적을 밟아본 글이니 만치 단순한 기행이 아닌 부처님의 일생을 따라가 본 기행이라 봐야 한다는 거다. 전에 만화로 읽은 불교 이야기 2권에서 부처님의 일생을 읽어둔 것이 이 책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숱한 종교들과 언어와 계급이 상존하는 나라 인도를 읽다 보면, 왠지모를 나른함이 나를 부르면서도, 모든 불쾌함을 이겨내고 그곳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는 현실을 겪으면서, 한켠 그들의 삶은 무엇인가. 나의 삶은 무엇인가. 결국 삶이란 무엇인가를 꼭 생각하게 한다.

네것 내것의 소유 관념이 부족한 인도인들의 불쾌한 처사를 읽다 보면, 정말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고, 바라나시 강가에서 한줌 재로, 돈이 없을 경우 타다만 시체 토막이 강물로 밀려들고 개들이 물고 가는 것을 읽노라면 죽는다는 것은 그렇게 삶의 한 단면에 불과한 것이라는 담대함도 떠오른다.

많은 것이 섞여있는 나라, 인도. 그래서 그이들은 소유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존재에 대해서 깊이 깨닫게 된 민족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기회가 되면 스님의 신판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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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6-2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3월 말에 8월말까지 500권의 리뷰를 써 보겠다고 계획을 세웠더랬는데, 이 책으로 500권이 되었다. 석 달만에 100권을 읽은 것이다. 실업계 고교에서 얼마나 내가 정을 못붙이고 있는지 증명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 8월말까지 다시 100권을 읽어 보고 싶다.

파란여우 2005-06-2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0권도 놀랬는데...게다가 방학때 100권이라 하시면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삽니까?
일단 축하를 드려야 하는데...실업계 고교라서..하시는 게 마음이 편치 않군요
글샘님!! 날도 무더운데 쉬엄쉬엄 책 읽으셔요
법정스님도 아마 그렇게 하라고 하실껄요^^

글샘 2005-06-2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놓아 버리는 방법으로 책읽기를 택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방학까지 100권은 안 될거 같네요. 방학때 일거리를 맡아서... 그리고, 좀 쉬어야죠. 글고 보면, 더운 여름에 책읽기가 제일 좋은 쉬는 방법이란 생각도 들고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