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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 이상 단편선 ㅣ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6
이상 지음, 김주현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4월
평점 :
답답하다.
온 국민이 총체적 우울증에 걸린 듯...
갑갑하다.
그러나... 고3이 아이덴티티인 아이들은 공부를 해야하고, 나는 수업을 해야한다.
오늘은 이상의 '날개'
나는 미쓰꼬시(백화점)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아무 제목도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또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일제 강점기, 식민지 지식인의 자아 성찰이다.
뭐, 지금인들 나으랴마는...
허리를 굽혀서 나는 그저 금붕어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금붕어들은 참 잘들도 생겼다.
작은 놈은 작은 놈대로, 큰 놈은 큰 놈대로 다 싱싱하니 보기 좋았다.
내리비치는 오월 햇살에 금붕어들은 그릇 바탕에 그림자를 내려뜨렸다.
지느러미는 하늘하늘 손수건을 흔드는 흉내를 낸다.
나는 이 지느러미 수효를 헤아려 보기도 하면서 굽힌 허리를 좀처럼 펴지 않았다. 등허리가 따뜻하다.
금붕어를 들여다보던 이 사람,
눈을 돌려 인간을 본다.
나는 또 회탁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비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나는 피로와 공복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를 끌고
그 회탁의 거리 속으로 섞여 들어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인간들은 보이지도 않는 끈끈한 줄에 엉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줄과 시스템의 줄은 정교하고 끈끈하다.
벗어나고 싶으나, 들어가지 않는 수도 없다.
그는 지금 옥상에 있다.
옥상에서 금붕어를 내려다보듯,
인간 삶을 내려다본다.
마치 새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듯(조감 鳥瞰, 새조, 굽어볼 감)...
조감도...는 하느님이 불쌍한 인간을 내려다본 관점일까...
그래서 비틀어, 조감도는 넘 건방지니깐... 오감도라 부른 건지...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길이 적당하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5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6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7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8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9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0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1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 하여도 좋소.
나는 무섭다. 무서워하는 아해다.
그들은 무섭다. 무서운 아해다.
그런 그들이 도로를 질주한다. 왜 질주하는지,
어디를 행해 가는지 모르겠다.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을 일이어늘...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설마 아내가 아스피린 대신에 아달린 정량을 나에게 먹여왔을까?
나는 그것을 믿을 수가 없다.
아내가 대체 그럴 까닭이 없을 일이니
그러면 나는 날밤을 새면서 도적질을, 계집질을 하였나? 정말이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논리, 이유)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변명, 해명)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천안함 때도, 이번에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한국의 정치가들과 나는 숙명적으로 맞지 않는 절름발이처럼 느껴진다.
사실대로, 오해대로... 그렇게 절뚝이며 살아왔듯, 그렇게 살아 가야할까?
답답하게도...
너무나 답답하게도...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이상, 날개...에서)
새가 인간 세상을 조감하듯,
어딘가로 질주하는 무서운 사람들...
이 어리석은 '매트릭스'에 갇히길 싫어한 사람들은 예전부터,
신선이 되고 싶어했다.
우화 이 등선(羽化而登仙, 날개가 돋아 신선 세계로 날아오름)이다.
희망과 야심이 모두 말소된 페이지가 다시 번뜩일 날이 오면...
날개가 돋아,
다시 날개가 돋아...
무의미한 질주를 멈추고,
푸른 창공을 너그럽게 활공하는 세상을 살아갈 날은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