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 당당한 나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 파트릭 레제롱 지음, 유정애 옮김 / 민음인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언제였을까.

메일 주소라는 걸 처음 만들어야 했을 때,

난 왠지 내 특성을 대표하는 단어를 ID로 써야할 것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ID는 그저 식별표시라는 뜻이었을 터인데, 나는 그걸 곧이곧대로 '정체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

내가 이런 인간이다.

그리하여 내 아이디에는 나의 개성을 가장 잘 함축하는 단어인 'shy'가 들어가게 되었다.

 

1973년... 벌써 4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바글바글 모여있는 곳에 혼자서 떨어져본 일이 없었다.

남학생 41명, 여학생도 비슷한 숫자가 있었으리라.

1번부터 출석을 부르는데,

내 이름은 계속 나오지 않았다. 가나다 순서도 아니고, 생년월일 순서였음을 전혀 몰랐던 나는,

내 번호 41번이 나올 때까지 계속 내가 다른 교실에 잘못와있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불안해 해야했다.

그런데 막상, 내 이름이 마지막으로 불렸을 때,

내 목소리는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입만 달싹이고 있는 얼굴 하얀 꼬마를 담임 교사는 몇 차례 호명했으나 결국 손을 드는 것으로 출석을 갈음했던가 그랬다.

 

충청도에서 언어를 배웠던 내가

억세빠진 부산 사투리 속에서 교우관계를 맺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기억 속의 첫 교우관계는 내가 아이들에게 안데르센 동화책을 거의 외워서 이야기해주던 장면이다.

그렇게 그렇게 성장한 나에게 대인관계란 아직도 숙제다.

 

이 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유로 '사회 공포증'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것들의 가장 좋은 해결법은 '인지적 행동치료'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인 수준의 지적인 해결 방안을 실천할 레벨이 되어야 하고, 누군가가 계속 상담을 해야한다.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방안은 속수무책 아닐까?

 

사회 공포증은... 문화의 차이, 문화의 접근 등으로도 발생한다.

외국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 영어 울렁증이 일종의 공포다.

지나치게 과잉행동을 하는 것도 질병으로 삼지만,

남자 아이들의 과잉행동은 사업가나 창의적 재능을 발휘하기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부끄러움, 불안한 마음 역시 그 사람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한다면,

발전의 축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폭력적인 사회 환경은 모든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한국 현대사처럼 폭력적 역사를 공유한 사람들은 다들 어느 정도는 겁쟁이다.

공포 정치 하에서 사회불안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겪는 불안과 '공포증' 사이의 경계는 종종 불분명하다.(114)

 

그러므로 해결책 역시 다양하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해야 한다.

 

수줍음과 관련된 장점은 꽤 많다.

수줍음을 타는 사람은 흔히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잘 공감해주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뒤로 물러나 있는 성향이 자신과 타인을 잘 관찰하고

남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게 한다.

상대방의 짜증이나 긴장을 잘 알아채는 섬세함으로

그는 남의 심리 상태를 잘 읽어내는 훌륭한 독자가 된다.(125)

 

이렇게 나쁜 성격은 없음을,

잠시의 불안증도 잘 개발하면 장점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확산시키면 좋겠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과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사이에서 사회불안은 발생한다.(181)

 

결국 욕망이 커질수록,

두려움을 크게 만들수록,

사회불안은 증폭되어 나타난다.

 

그것이 병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그래서 도저히 약물이나 처방이 아니면 통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면,

자신을 너무 작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의 표지에 이런 말이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진짜 나를 보여 주라...

 

이런 말은 힘을주기보다는 또다른 두려움을 줄 수 있다.

'진짜 나'를 스스로 깨닫는 일이 소중하다.

보여줄 필요 따윈 세상에 없음을 알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람들 앞,이라는 두려운 상황,

타인이라는 지옥의 시선 앞에서 누구나 불안하다.

특히, 부끄러움을 타는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그 정도가 더하다.

 

배려하는 마음은, 단체로 무용을 하게 만들고,

남 앞에서 자랑하도록 공연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자꾸 실수하더라도 그런 기회를 가질 경험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

심리적으로 지지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

 

세상은 너무 잘난 사람들의 오버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대인공포, 사회공포가 심한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신에게 알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격심한 공포 이전에 적절한 훈련과 상담이 가능한 사회분위기가 필요하다.

프랑스라면... 우리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가장 정신과가 많다는 빠리~의 상담임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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