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날...
이런 날이 있다.
친구라고 해도, 가족이라고 해도...
어떤 이야기든 아무렇지 않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답답한 내 속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후련할 것인데,
내가 그 이야길 누군가에게 한다면, 그가 걱정할지 모른다.
그래서 이야기하지 못하게 된다.
돈코, 구리코...
돈구리는 도토리라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어 단어가 몇 있는데,
돈구리도 그중 하나다. 돔보~ 잠자리나, 꼬모레비~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빛... 같은 단어도 예쁘다.
그리고 그림자... 카게~도 예쁜데,
바나나가 '키친'에서 주인공을 '미카게'라고 불렀다.
그런 입맛이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일은... 묘한 흥분을 불러온다.
바나나의 소설은 애잔하다.
그러나 슬프지는 않다. 삶이 그러하듯이...
돈코의 활발한 모습이나 구리코의 조금 우울하고 침체된 모습은
인간에게라면 누구에게나 동전의 양면처럼 감추어진 모습들이다.
한국엘 와서 간장게장, 삼계탕 등에 열광하는 열정적인 언니의 모습도,
침참하면서 문득, 친구의 죽음을 예감하는 히키코모리 류의 동생의 모습도... 낯익은 풍경들이다.
어른으로 산다는 일은 참 쉽지만은 않은데,
그 중 하나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을 어디에도 뱉기 힘든 일이다.
마음 속에 대숲 하나 기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이라면 욕심일 게다.
돈구리 자매가 대숲이 되어준다면...
그리고 그들이 부담없이 이야기를 들어 주고, 기약없이 메일을 보내주기라도 한다면...
사람들은 그런 이들에게 메일을 쓰고 싶어할 것 같다.
저 사람이 내 메일을 어떻게 여길까?
이런 걱정없이 메일을 쓸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이 소설은,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