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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 공학도가 풀어낸 운명 코드, 사주명리
고진석 지음 / 웅진서가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주역이나 사주는 사람의 미래를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것이다.
예측은 오직 과학의 몫일 수밖에 없다.(223)
명리사주학이나 주역, 각종 점술은 운명을 고정된 것으로 파악한다.
아마도, 완전 고정되었다기보다는,
예측불가능하고 관측불가능한 인생의 삶의 행보를
어느 정도 내다보고 싶은 마음에 그런 이야기들은 은밀하게 미래를 내비쳤을 것인데,
받아들이는 사람은, 확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주와 팔자에 따라 운명이 정해졌을 리는 없다.
그러나, 또한 사주를 보거나 점을 치면 기가 막히게 맞는 분야도 있다.
그런것은 <해석>을 통한 운명의 예측의 묘미를 익혀야지, 들입다 점쟁이를 믿을 일은 아니다.
점쟁이가 모든 일을 다 안다면, 왜 그들이 재벌이 아니고, 재력가가 아니고, 권력자가 아니겠는가.
그들은 다만, 삶의 방향성을 해석할 통계학적 자료를 우리에게 들이밀 따름인 게다.
믿음이 있고난 후 사람들은 믿음의 이유를 발명했다.(212)
사람들은 왜 자신에게 그러한 운명이 닥쳤는지를 고뇌한다.
누군가 자신을 뒷바라지해줄 사람이 불시에 죽게 되기도 하고,
뜻밖의 사건으로 삶의 스케줄이 뒤헝클어 지기도 하니 어떤 이유를 발견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
그래서 인간은 그 이유를 발명하게 되었다.
그런 것들이 주역이나 사주다.
무당의 본업은
모든 사람들이 한 식구가 되도록 쓸어가며 보듬어 안고 보듬어 울고 걱정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으는 것.(188)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본다.
아주 편협된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서, 마치 자기 관점만이 옳다는 양 여기기도 한다.
중동은 이 세상에서 건설공사하기에 가장 좋은 땅입니다.
일년열두달 비가 오지 않으니 일년 내내 공사를 할 수 있고,
건조하니 시멘트가 잘 말라 공기가 단축되죠.
건설에 필요한 모래, 자갈이 현장에 있으니 골재 조달이 쉽고,
물은, 물보다 기름이 싸니 관을 잇든 실어 오면 되고요.
더위는 간이 천막을 치고 낮에는 자고 밤에 일하면 되고요.
기름값이 헐값이니 밤새 불 밝혀 일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185)
이런 사람에게 불행한 운명은 정말 깜놀하고 기겁을 하고 달아날 것이다.
천하무적 정주영이다.
남들이 중동에 돈은 많은데 사회 인프라 건설하려는 나라들에 더워서 일하러 갈 사람이 없다니,
그런 모든 부정적 요소를 긍정적 요소로 파악하는 '긍정맨'의 적극적 사고 앞에서는
운명아 비켜라~ 다.
이 책의 표지엔 노란 벽돌들이 가득하다.
마치 소복소복 벽돌을 쌓아 올리듯,
삶은 그렇게 쌓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잘 보면, 이 벽돌들은 주역의 '괘'들을 늘어놓은 것임을 볼 수 있다.
주역은 현재 처해진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을 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이 의지는 의식적인 의지가 아니라
인류의 집단 무의식에서 지혜를 얻으려는 의지이다.(89)
주역을 들입다 읽고 믿는 건 바보같은 일이다.
동전을 던져서 괘를 찾고,
그래서 그 괘의 효사를 읽고는 내 운명은 이렇다~고 내다보는 일은 말도 안 된다.
집단 무의식에서 얻어지는 지혜, 최고의 선택을 향한 고민... 이런 역사의 하나라면,
주역을 볼만 하겠다.
관상에서는 좋은 관상이 아니라 깊은 관상이 좋다고 한다.
깊은 인상은 철학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귀하고 천하다는 것은 바로 타인을 귀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를 말하는 것이다.
좋은 관상은 귀한 관상이라는 것이다.(16)
좋은 관상은 귀한 관상이고 깊은 관상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관상이라 하더라도,
모두 낮은 확률에 기댈 뿐이다.
유사한 경험일 뿐이고 낮은 확률일 뿐.(35)
아무리 예뻐도 마음이 날이 서있는 사람이 있고,
보면 볼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 관상은 갈수록 귀해지고 깊어진다.
복합적인 통찰력이 뛰어난 것.(30)
사주와 관상, 모두 인생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기본적인 이론은 누구나 익힐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삶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은,
복합적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의 몫이란 것이다.
동양에서 발달한 확률론에 기댄 점치기는
결국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의지와 연관된다.
특히 삶에 복합적인 고난이 닥친 시기에, 인간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미래를 그냥 손쉽게 보고싶은 욕망에 경도되는 것이다.
내 삶이 팔자가 지지리도 나쁘다고 여겨질 때,
이런 책도 한번 볼 만 하다.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 박사의 말대로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는 과정이 곧 삶인 것처럼,
사주명리학이 살아남은 중심에는
내가 태어난 시점의 의미를 해석하고 일관되게 설명하고 확인하고자 하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는 것.(26)
인간은 의미를 먹고 산다.
고통은 견딜 수도 있지만, 무의미는 참기 힘들다.
삶의 의미를 찾는 자들이 주역을 들쳐보는 이유는 그래서다.
내 팔자가 도대체 왜 이러냐... 싶은 날에는,
커피 한 잔도 위로가 되고,
민들레꽃 한 송이도 위로가 되듯,
나와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의 책들에서도 한 줄기 위로를 건져올릴 수 있을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