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 신은 있다. 난 그걸 믿는 것이 아니라, 그걸 알고 있다. 산다는 것은 조금 더 알게 된다는 것인데, 살면서 그런 것을 저절로 알게 된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기도 하지만, 주기적으로 남구 도서관에도 간다. 갈때마다 세 권씩 빌려 오는데, 빨리 읽을 때는 이틀만에 다 읽기도 하고, 어떨 때는 기한이 다 되어 부랴부랴 읽고 반납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이번에 빌려온 것도 사실은 내가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이 책을 <오늘> <내가> 읽으라고 연결해 주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빌린 것이 아니라, 이 책이 나에게 온 것이라고밖에 말 못하겠다.

오히라 미쓰요의 이 책은 상당히 유명하다. 어려서 왕따의 고통을 당했고, 불량청소년이 되었고, 중졸의 학력이며 술집을 전전하다 야쿠자의 처도 되었다. 그러나 스물 여섯의 나이에 정신을 차려 십년의 방황을 접고, 공인 중개사, 사법 서사, 마침내 사법 고시에 합격한 의지의 일본인의 표상이다.

지난 금요일 우리 반 특수학급 학생이 울면서 조퇴를 했다. 토요일 그 부모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반 친구들이 괴롭혀서 죽고 싶다며 학교를 가기 싫어한단다. 퇴근후 가정 방문을 해서 부모와 대화를 나눈 결과, 부모님은 너무 흥분하여 경찰서로 사건을 넘기겠다며 진단서를 끊어 놓은 상태다.

어제는 너무 머릿속이 띵~ 하여 그저 깊게 호흡을 했다. 아내가 퇴근하고 나서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니 좀 속이 시원하기도 하였지만, 해결된 건 전혀 없다. 오늘도 종일 생각이 난다.
괴롭힌 녀석들을 혼내주나.
아니지. 어쩌면 그녀석들의 나쁜 짓이 큰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크게 되는 걸 막아야 해.
그래도 특수학급 아이를 괴롭히고 협박하다니 나쁜 일이야.
나쁜 놈들도 다 내 아이들인데...

그러다가 또 깊이 숨을 들이 쉬다가... 잊었다가, 생각나다가... 주말이 있다는 것이 지긋지긋한 일요일이었다. 마치 오래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맞은 일요일처럼...

열두시가 다 되어 땀을 좀 흘리고 자려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하느님을 만났고, 우리반 특수 학급 아이를 만났고, 그 아이를 괴롭힌 아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나를 만났다. 또 우리반 꼴통, 센스 없는 복학생도 만났고, 자칭 깡패도 만났다.

아, 하느님은 얼마나 지혜로우신가. 내가 무슨 고민에 빠질 줄 다 아시고, 이렇게 책을 내 손에 쥐어 주시다니...

다른 책을, 예를 들면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 화를 줄이는 법 같은 명상 서적을 보았다 한들 내 혼란한 마음을 풀어 주진 못했으리라.

왕따와 이지메의 문제로 고민하는 내게, 오히라 미쓰요를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기 위해 늦은 밤이지만 말똥한 눈으로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평생을 다른 시선을 받으며 살아야 할 우리반 특수학급 아이, 그 아이를 괴롭힌 아이들 - 담임이 무서워서 절대로 이르지 못하도록 비겁한 협박을 하는 어리석은 녀석들, 복학해서도 학교에 재미를 못 붙이는 우리반 철이... 이런 녀석들에게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불행한 일, 재수없는 일이 아니라,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들이 내 부처고, 예수님이고, 스승님임을 깨닫도록 이 책을 내게 보내 주신 신의 인도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런 일에 감사를 드리며 잠이 쉬이 들지 못하는 일요일 밤. 월요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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