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게 길을 묻다 - 인물로 읽는 주역
맹난자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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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취소할 수 없다.

무표정한 어제가 그런 것처럼

시간이란 책, 거기에 쓰인

해독할 수 없는 영원한 글

사물치고 그 글의 철자 아닌 게 없다

집을 떠난 사람은 이미 돌아와 있다.

우리의 삶은 걸어본 미래의 오솔길

어떤 엄밀함이 실타래를 잣고 있다

주춤거리지 마시라

감옥은 어둡고

견고한 플롯은 간단없는 쇠로 되었지

하지만 당신의 우리 한 구석엔

어떤 빛, 어떤 균열이 있을 거야.

길은 화살처럼 피할 수 없지만

틈틈이 절대가 숨어서 기다리고 있다(보르헤스 주역 서문)

 

주역.

변화의 책이다.

 

낙천지명 고불우...

하늘을 즐기고 명을 알아 근심하지 않는다...

 

근심하지 않는다...는 말은, 근심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삶은 고해다.

누구에게나 삶은 팍팍하다.

그러면 근심하지 않으려면? 명을 알도록 공부해야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삶이 팍팍하다.

자식을 앞세우고, 심지어 토정 선생처럼 자식이 문둥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런 운명을 읽고 하늘을 즐기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주역은 '점서'이기도 하다.

점을 쳐서 어떤 괘의 어느 효를 뽑아 내서, 그 효사를 참고로 삶을 풀어낸다.

그런데 그 효사가 참으로 함축적이어서...

<근심하는 이>에게는 당연히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실이 힘드냐? 그러 것이다... 이래도 위로가 될 것이고,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위로가 될 것이니까.

모든 것은 변화하게 마련이다... 그럼으로써 우린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이 책은 주역의 괘사를 자세히 풀지 않는다.

그저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줌으로써 주역에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

낯선 괴물로 여기던 것을 가까이 여길 수 있게 만드는 묘법을 쓴다.

신영복의 <강의>에 실린 간단한 해설과 함께 읽으면 좋다.

 

현상저명... 懸象著明

상의 계시를 철저히 꿰뚫어 봄으로써 미래를 아는 경지...

 

주역은 그런 바를 추구한다.

 

하늘과 땅이 어긋나고 시운이 막혀 곤궁할 때,

군자는 이를 본받아 검덕으로써 어려움을 피할지언정,

녹으로써 영화로움을 누리지 말라.(315)

 

곤궁하고 곤궁할 때, 검소한 덕으로... 어려움을 정면으로 맞아야지,

그럴 때 영화로움을 취하지 말라는 말...

 

쉬울 이 易... 라지만, 쉽지 않다.

 

머리가 세어 백발이 되는 한이 있어도

돌아올 수 만 있다면,

목숨은 다시 주운 것과 같은 것.(287)

 

산다는 것은,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서 목숨을 줍는 일.

삶에 감사하고 천명을 알려고 마음 조아리며 살아야 되는 일.

 

주역은,

미숙하고 유치하며 장난기 있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주지적이며 합리적인 성격의 사람에게도 어울리지 않는다.

반면 무엇을 그들이 하고 있으며, 무엇이 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가를 돌이켜 생각하기 좋아하는

명상적이고 반성적인 사람에게 진정 알맞은 방법이다.(249)

 

주역은 상징이니 이현령비현령, 대충 꿰어 맞춰도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음이 극에 달하면 변하여 양이 되고, 양이 극에 달하면 화하여 음이 되는 이런 이치를

이렇게 도상으로 기호화하려 한 시도는 의미가 깊다.

 

역학은 단순히 점술의 차원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밝히고 자신을 성찰하는 학문의 하나.(115)

 

이렇게 작용하도록 공부가 필요한 게다.

격물치지하기로는,

관조의 공부로는,

정혜쌍수를 깨우치기에는 주역이 좋은 책일테니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치를 성찰하기 위하여,

번히 보이는 '상'을 들어 보이니...

 

요즘엔 주역에 관하여 읽기 쉬운 책들도 많다.

차근차근 공부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 봐야겠다.

 

이제 곧 '지천명'의 나이인데,

주역을 좀 읽어도 될 나이가 아닐까 한다.

끈이 세 번 끊어지진 못해도, 열 권 이상은 읽어 봐야, 조금은 감을 잡지 않을까.

 

읽고 나서 궁금한 점은...

정약용도 주역에 대하여 몰두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왜 정약용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는지... 모르겠다.

 

 

 

 

<한자어를 틀린 곳이 몇 군데 있다. 요즘 젊은 편집자들이 약점인가 싶다.>

 

58. 이 책의 비중을 반증하는 것... 반증은 반대되는 증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는 '방증' - 주변의 사례로 증명을 대신.

 

80. 7정에서... 희노애락애오욕...의 욕은, 명사로 慾 이 가깝지 싶다.

 

98. 주희의 우성시...階前梧葉 已秋聲을 '이미 기 旣'로 썼다.

 

134. 하지(夏괘)...는 오류다. 하지의 괘는 '천풍구 姤' 로 써야 옳다.

 

158. 진술(鎭戌)은 진수(鎭戍)로 고쳐야 한다. 수자리를 지킨다...는 뜻이다. 앞의 말은.. 개를 지킨다는 뜻이다. ㅋㅋ

 

290. 물소리...의 일본어는 미즈노 をと가 아닌 미즈노 おと가 옳지 싶다.

 

338. 漁夫四時詞... 어부는 직업인이 아니니 漁父로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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