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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의 도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8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8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아이의 유골, 학대의 흔적, 인근에 사는 아동성애자 자살...
흥미진진한 마이클 코넬리의 유골의 도시에는
굉장한 반전이 담겨져 있지는 않지만,
경찰 생활의 푸석거리는 삶의 단면이 씁쓰레한 입맛으로 다가선다.
매력적인 여자친구 줄리아의 황당한 죽음으로 해리 보슈는 사건 해결에 더 집착을 보인다.
줄리아가 그의 직업에 대해 했던 말이,
그가 세상에서 악을 몰아내고 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진정한 악은 세상에서 몰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는 기껏해야 양손에 물이 새는 양동이를 하나씩 쥐고
절망의 어두운 시궁창 속을 허우적거리고 다니며 물을 퍼내려 하고 있을 뿐이었다.(225)
아, 경찰이란 직업의 그늘이 이렇게 비쳐진다.
표현은 멋지지만, 삶의 그늘을 보는 일은 언제나 쓸쓸하다.
그에게 있어 모든 사건은 건설중인 집과 같았다.
자백은 집의 토대가 되는 콘크리트 슬래브였다.
콘크리트 배합이 잘못 되거나 틀에 잘못 부으면 집은 첫 번째 지진조차 견디지 못할 것이었다.
들라크루아를 경찰국으로 데려가는 동안 보슈는 이 집의 토대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있다는 생각과
그 첫 번째 지진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369)
복선을 건축에 비유해서 멋지게 표현했다.
추리소설 같은 장르소설에서도 이런 표현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은 독서행위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마이클 코넬리가 창조한 '해리보슈'라는 중년의 남자.
이혼하고 쓸쓸한 삶 속에서도 로맨틱한 스토리와 엮이는 로맨틱 가이이기도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날카롭게 번득이는 지성을 보여주는 근성있는 형사로서의 해리가 좋아 읽기도 하지만,
세상이란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범죄 사실들이 얼마나 작은 일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 범죄들이 또 얼마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인지...
이런 소설을 통해 흥미와 스릴을 만나는 동시에 삶의 숨겨진 단면들의 그늘도 만나게 되는 것이
장르 소설을 만나는 일의, 해리와 함께 걷는 길의 소중한 의미이다.
354. 해리,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그런 일이 생겨서 말이야... 가까이 하는 여자 동료의 죽음에 대하여 '미안하다'는 표현은 어색하다. sorry에는 '유감이다'는 뜻도 있으니, 유감이야... 이런 편이 자연스럽겠다.
368. 보슈는 새뮤얼을 존속살해혐의로 구속시켰다. 아들을 죽인 일에 대한... 아들은 '존속'이 아니라 '비속'이다. 존속은 '부모 및 그와 동등한 항렬 이상의 혈족'을 일컫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