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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괴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씨앗을뿌리는사람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다 보니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가 생각났다. 제목이 서로 비슷한데,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는 이 시를 '연애시'로만 보지 않았던가 하고, 삶에 대한 성찰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Ⅰ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Ⅱ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괴테의 여러 작품들, 파우스트, 빌헬름 마이스터 등의 책에서 괴테의 격언들을 편집한 책이다. 그의 작업들은 너무도 광범위하기도 하지만, 별처럼 빛나는 인식들은 인생을 즐겁게 살면서도 그 천재를 발휘하는 그를 발견하게 한다. 진정한 천재란 이런 것이리라.
생각들이 주제별로 묶여져 있긴 하지만, 한 구절 한 구절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사실 그 어느 하나만 가지고도 일생을 바칠만한 그런 분야 아닌 곳이 있던가. 어려운 괴테를 '즐겁게' 만날 수 있게 해 준 책에 감사한다.
읽다가 밑줄을 좍--- 긋고 싶은 부분에 빌린 책이라 밑줄 긋지 못하고, 아니, 그어봤댔자 나중에 안 볼게 뻔하고... 그래서 남겨 둔다. 두고 두고 읽자고...
생의 기쁨은 크다. 그러나 자각이 있는 생의 기쁨은 더욱 크다.
가장 고고한 사람은... 큰일을 앞에 두고도 항상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는 사람.
남을 칭찬하면 그 사람과 대등해질 수 있다.
국어의 힘은 외국의 것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아무리 함축적인 말일지라고, 그것이 더욱 미묘한 의미를 가진 말일지라도 그 말이 외국어라면 절대 써서는 안 된다는 소극적인 순수주의를 저주한다.
인간다운 행복을 맛보도록 사랑은 숭고한 두 사람을 한 쌍으로 만든다. 하지만 신과 같은 기쁨을 주려고 사랑은 귀중한 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상의 범위가 넓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배운다’고 말하고, 대상의 깊이를 알아내는 것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비판에 대해 우리는 막을 수도 저항할 수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것에 눈썹하나 꿈쩍않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면 비판은 점차 수그러든다.
지배하는 방법을 배우기는 쉽고, 통치하는 방법을 배우기는 어렵다.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 하고 싶은대로 하라. 그러나 자연이 그려놓은 길로 반드시 되돌아올 것이다.
무슨 일이든 억지로는 하지 말라. 창조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시간을 소모하고, 나중에 조그만 행복감도 못줄 일을 해내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오히려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잠을 자는 편이 낫다.
모든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단순하다. 동시에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어느 날 문득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나고, 뭐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일이 생긴다. 그런 일은 누구나 자주 겪는 법이다. 예술이라고 해서 가른 게 없지 않다. 기분이 나쁠 때는 초조해하지 말라. 능력과 충실함이 도망가지는 않는다. 기분이 좋지 않ㅇ르 때 제대로 쉬면, 기분이 좋을 때 더 좋아지는 법이다.
온 세상 도둑 중에서 가장 악질은 바보다. 그들은 당신에게서 시간과 기분, 두 가지를 훔쳐간다.
별처럼, 서두르지 말되 쉬지 말고, 사람은 모두 자기 책임의 둘레를 돌아야 한다.
이 중에 나는 제일 마지막 말, 별처럼 서두르지 말되 쉬지 말고... 이 부분이 제일 좋다. 삶의 모토로 삼을만 하지 않은가. 서두르지 말되, 쉬지도 말고, Without haste, without 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