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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지음, 함유선 옮김, 루이 조스 그림 / 밝은세상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거지, 우울, 슬픔, 죽음, 퇴폐적인 시를 썼다고 알고 있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전에도 읽은 적 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외국 시인들의 시를 좋아하지 않고, 별로 읽지 않았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사랑에 관한 시와, 고 김남주씨가 소개한 전투적인 혁명가의 시를 애독했던 적은 있었지만...
대학시절, 연애 박사이던 친구가, 늘 랭보(이 녀석은 웃찾사에서도 제비로 등장), 보들레르 등의 시집을 안고 다녔던 기억도 난다. 난 읽어도 별 감동이 없는데, 녀석은 진심인지 <작업의 일환>인지 좋다고 난리였다. 인석은 일찍 결혼했다가, 결국 이혼도 했다. 그 녀석의 바람기는, 여성에 대한 집착 보다는 우유부단함에서 나오는 여러다리 걸치기가 병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내겐 겉보기엔 멀끔해 보이지만 읽다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 외국 시들이다.
이 시집의 가장 큰 장점은, 루이 조스의 그림이다. 퇴폐적인 시인 만큼(그 퇴폐적인 이미지는 우리의 식민 시대에는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그것이지만, 낭만주의 유럽에서는 자유분방한 질풍노도의 표현이다) 자유분방한 붓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그 색채감도 검붉은 톤의 매혹이 눈길을 끈다.
제목은 악의 꽃이라고 했지만, 상당부분 실존적이고 철학적인 고뇌들을 담아낸다. 읽는 나의 심리가 그래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의 <시체>, 그때, 오 나의 미녀여, 당신을 핥으며 파먹을 구더기에게 말하오. 썩어 없어진 사랑이어도 그 모습과 고귀한 본질을 간직했노라고. 같은 글이나
<가을의 노래>, 잘 가라, 이제 곧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 너무 짧은 우리 여름의 찬란한 빛이여, 벌써 돌 바닥에 장작 부리는 불길한 소리 들리네... 겨울은 온통 내 존재를 파고들어 오리. 분노, 증오, 떨림, 두려움, 고된 노역, 북극 지옥의 태양처럼 내 심장은 붉은 얼음 덩어리...
퇴폐주의... 이런 거 보면, 우린 늘 원본을 감상하지 못하고, 일본을 거쳐서 두세 단계 번역된 것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불어로 읽는다면, 얼마나 브드뤄울까이유~~~.
이래서 프랑스 시를 읽으면 불어를 배우고 싶고(예전에 독학으로 하다가 포기함), 하이쿠를 읽으면 일어를 공부한 보람을 느끼고, 소네트를 읽거나 영시들을 만나면 짧지만 영어를 읽을 줄 안다는 즐거움을 느끼며, 독일 시를 만나면 독일어의 투박하면서도 쌈박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러시아 문학의 맛을 어떨 것이며, 중국의 한시들을 원시로 슷떳는 맛을 어떨 것인가. 그 절제된 형식미와 운율, 리듬감을 함축한 시들을 번역한 맛 말고, 원어로 느긋하게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