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처
정찬주 지음 / 김영사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눈부처, 정호승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내가 이 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좀 우스운 사연이 있다.
점잖고 의젓한 어느 신사가 만날 수 없는 어느 여인에게 연정을 고백하면서 이 시를 보내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랑이란 다 그런 것 아닌가.
남들이 보기에는 우습기 그지없지만, 본인은 진지한 것.
정말 그 의젓한 신사 양반이 이런 진지한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마음 떠보려고 했는데 시가 너무 진지했던 것일까.
술안주로 오른 그 이야기는 우습기만 했지만,
이 시를 곱씹어보면, 결코 비웃음을 살 수만은 없는 사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여인이 받아주지 않아서 그렇지, 혹여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이런 시를 듣고 마음 흔들리지 않을 여인이 누 있으랴.

정찬주는 기자 생활을 하며 불교에 심취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전에 암자로 가는 길이란 책을 아내가 선물해 줘서 읽은 기억도 나고.

이 책은 많이 듣던 이야기도 있고, 그가 창작한 이야기도 있다.

작은 산사의 풍경 소리처럼, 느닷없이 뎅...뎅... 내 마음을 울리고 싶을 때, 읽을만한 책이다. 요즘은 내 맘이 분주했던지, 이 책을 읽는 눈이 많이 졸렸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 반납 기일은 지켜야 하고... 그래서 부랴부랴 읽어서 그 맛을 제대로 못느낀 것인지도...

그렇지만, 김성동의 소설 만다라에 나오는 이야기, 병 안에 든 새를 어떻게 꺼낼 것인가. 하는 뜬금없는 소리처럼, 우리 삶은 논리적으로 해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바쁘다고 진실에서 멀어지는 것만도 아니고...

읽은 이야기 중, 키크는 돌탑이 재미있다.

절집에서 공사중 잔돌들이 쓸모없다고 여기는 동승에게 큰스님은 잔돌들로 돌탑을 쌓아 그 쓸모 없음의 부정을 멋지게 마무리한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책을 읽고 싶다.

고요하고, 평안하게, 미소 지으면서, 다 놓아 버리고... 들이 쉬고, 내 쉬면서, 깊고, 천천히,

지금 이 순간이 최상의 순간임을 깨닫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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