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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소리 - 옛 글 속에 떠오르는 옛 사람의 내면 풍경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표지다.
보통 겉표지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통해 책의 교환 가치를 높여주거나, 독자를 손짓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책의 표지 그림은 책의 주제를, 소재를 간명하게 잘 드러낸다.
책표지는 '도리'를 도안으로 그린 중국의 장식 문자로 되어 있다. 사람들이 자꾸자꾸 걸어가는 그 발자국 속에 발자국이 꼬이고, 발자국이 밟히다 보면, 그게 길道이 된다. 그리고 삶의 바른 이치理는 책 속에 있다. 독서는 우리 삶의 멘토인 것이다. 그래서 발자국으로 쓴 '길 도'와 책으로 쓴 '이치 리'가 이 책의 표지다.
지은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것이었다. 옛사람들의 책읽는 모습에서 진리를, 도리를 찾아 보자는 것.
기왕에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었던 나로서는, 많이 읽었던 이야기도 있었고 여러 책에 겹쳐진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도 책벌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음에 드는 책이 아닐 수 없다.
未老得閑方是閑 젊었을 때 한가로움이라야 진정한 한가로움이다.
우리는 바쁜 생활 속에서 느림의 미학, 여유의 필요를 말하는 시대에 산다. 이런 것이 요즘 들어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벌서 수백 년 전에 이런 이야기들이 책 속에 적혔던 것을 보면, 역사는 인류의 삶은 진보하는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명나라 진계유의 <안득장자언>에서 이런 말을 옮겼다. : 고요히 앉아본 뒤에야 보통 때의 기운이 경박했음을 알았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 날의 언어가 조급했음을 알았다. 일을 되돌아본 뒤에야 전날에 시간을 허비했음을 알았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예전에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다.
늘 과유불급이고, 침묵의 뜻을 놓치며 산다.
갈수록 말세라는 세상이, 애초에 말세 아닌 세상 없었음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난초에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꽃을 피우지 않더니 말라 죽을 지경으로 무심하자 꽃을 피우더라는 이야기와 함께, '사람이 利만을 추구하면, 이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또한 장차 그 몸을 해치고, 義를 추구하면 이는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어진다' 했다.
말세가 되어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그래서 통하는 것은 오래 간다고 한 주역의 진리를 이 책은 다시 일깨워주는 계기가 된다. 스컹크처럼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달려드는 자동차를 향해 엉덩이를 들이대는 어리석음을 깨우치라는 죽비소리. 딱. 딱.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