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독서 - 감성좌파 목수정의 길들지 않은 질문, 철들지 않은 세상 읽기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월경... ㅋ~

요즘 아이들조차도~ 마법이나 매직~이라고 말하는 걸 제목으로 삼았다.

물론, 한자로는 '경계를 넘는' 뜻을 적었으나,

누구든, 제목에서 멘스트루에이션을 떠올린 것이다.

 

나는 여성으로서 이런 책을 읽어 왔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경계 밖에서 바라본, 한국의 상황... 이런 의미도 담겨 있다.

 

80년대에 대학에 들어간 한 젊은이가 프랑스라는 자유 도시에서 살면서,

갑갑하고 이상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를 늘 떠올리면서,

자기가 읽어온 책들을 반추한다.

 

반추위는 4개란다.

처음 위에서 점점 다음 위를 향해 지나갈수록, 흡수되는 것이 많을 것이다.

독서 역시 그러하다.

몇 번 읽는 것이, 또는 같은 주제의 책을 여러 권 읽는 것이,

훨씬 많은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게 도와준다.

 

길들지 않은...

철들지 않은...

이런 말들을 붙이는데,

이런 사회적 금기를 넘기가 쉽지 않다.

그가 살아온 80년대말, 그리고 외국 생활이 길들고 철드는 사고를 해체했을 것이다.

한국의 학교, 군대, 가정 문화는 길들고 철드는 인간을 양성한다.

그래서 똑똑한 아이들은 '애 늙은이'라며 칭찬인지 한탄인지를 뱉게 된다.

 

이사도라 던컨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짜릿하다.

그의 삶과 죽음 모두가...

 

결혼제도가 노예제도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여성의 해방과 여자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를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을 결심.

그리고 온갖 비난과 저주에도 불구하고 그 결심을 지켜나갔다.(57)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따위의 구절을 들먹일 필요 없다.

역사 속에서 이런 여성들의 삶이 나머지 여성들을 햇볕 쪽으로 조금 내몰 수 있었던 거다.

 

전혜린을 찾아 독일로 간 그는

뮌헨에서 발견한 건, 자본의 자유의 반대말이란 사실.(157)

이라고 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자유를 잃고 고독해 하는 이라면,

자본의 매트릭스, 그 종교적 환상을 벗어나는 일에 골몰해야 하리라.

 

그이의 독서기는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의미를 발견한다면 이런 정도다.

 

어찌 보면, 책읽기는 나에게 질문들과 만나는 과정이었다.

난 언제나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에게 끌렸고, 질문들을 찾아다녔다.(192)

 

책 속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다만, 삶의 고난을 어떻게 문제제기할 것인지,

잘 묻는 이들의 질문을 우리도 배워서 고민하고자 할 따름이다.

그러면, 유일한 내 인생에서 '세계-내-존재'로서의 내 삶의 고난을

어떻게 풀어나가지, 정답은 아니어도, 해답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

 

좋은 책은 짜릿하다.

 

좋은 책은,

첫줄에서부터 마치 저자가 작정하고 나에게 들려주려고 준비한 얘기가 펼쳐지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195)

 

그렇다. 저자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그 숱한 '나'들은 저자에게 매혹된다.

그러나, 그것 역시 마법이다.

저자가 쓴 것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질문과 답일 따름이다.

내 삶의 답은 전혀 다를 수도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삶에서 '유비 추리'는 유사한 답을 낼 수도 있지만, 전혀 생뚱맞은 답을 내기도 하니 말이다.

 

김어준이, 법륜 스님이, 강신주가 '이혼하세요' 하는 말을 듣고,

냉큼 이혼하고 나서, 다음엔 어떻게 하나요? 이럴 바보들에게 책은 어쩌면 독이다.

삶은 개인에게 유일하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는 역사를 '사실'로 믿는 자들에게 반드시 읽혀야 할 책이다.

역사는 '진실'을 가리고 저자에게 맘에 드는 '사실'로 쓸 수도 있음을...

 

계급적 이해는 언제나 국익이라는 모든 것을 감싸는 베일 뒤에 가려져 왔다.

한줌도 안 되는 사람들이 전쟁을 결정하고,

수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결정의 결과로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된다고 할 때, 과연 국익이라는 게 존재할까?(297)

 

이 책에는,

대학생 정도가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고등학생까지의 무가치한 책들만 읽다가,

이제 가치를 정립해 나가야 할 시기,

이런 뜨거운 책들은 자칫 가슴에 평생 남을 화인을 남길지도 모르지만,

다시 냉혹한 시대가 돌아오고 있으니, 뜨거운 책을 권하는 이런 구태의연한 책이,

다시 뜨거워지지나 않을까... 두렵다.

 

 

 

 

209. 공산당 선언의 첫구절...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거닐고 있다 - 공산당이라는 유령이...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다.

 

259. 김대중이 조사 弔死를 읽는 것조차 가로막았다... 조사는 조문하는 말이니... 弔辭 가 되어야 옳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