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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쓴 후성유전학 - 21세기를 바꿀 새로운 유전학을 만나다
리처드 C.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평점 :
유전, 유전자라 하면 흔히 '염색체 내의 유전적 요인이 후세에 물려짐'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많은 경우, 유전적 형질이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모건 등의 초파리 연구가 DNA 복제를 통해 '일정하게 발현되는 유전적 현상'에 이론적 지도를 들이 밀었다면,
후성 유전학은 '유전'보다는 '후성'에 더 방점을 찍는 학문이라고 한다.
과학이란 무언가를 관찰하는 학문이므로,
하나의 정답은 있을 수 없다.
귀납적으로, 여러 번의 경험, 실험을 통하여 결론을 얻을 따름이다.
모건 등의 '유전학'이 내린 '유전'에 대한 결론이 상당한 이론적 근거를 가진다면,
또 많은 경우 '후성적' <환경>에 의한 변형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시각에 따르면,
단백질 합성의 매 단계를 안내하는 역할은 세포 차원에 있다.
특히 단백질 합성의 어떤 시점에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는가 하는 결정을
유전자가 아닌 <세포>가 내린다는 점이 중요하다.
달리 말해, 유전자 조절은 세포 전체가 수행하는 활동이다.
평범한 유전자 조절이든, 후성유전적 조절이든 마찬가지다.
후성 유전학은 <세포가 유전자 활동을 제어하는 한 방법>을 연구한다.(43)
방치는 방치를 낳고, 학대는 학대를 낳는다.(114)
어떻게 보면, 유전적 연구의 가치를 뛰어넘는 사회학적 연구 주제처럼 보이지만,
이런 것을 유전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이 학문이다.
워딩턴은 세포 환경이 유전자에게 반응하는 만큼
유전자도 세포 환경에 반응한다고 생각했다.(206)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PTSD)나, 비만 등,
전쟁 등으로 심각한 결핍이 야기된 경우, 후천적으로 얻어진 요소들이 대를 이어 형질 변형에 기여한다는 것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들로 이 책은 가득하다.
유전자만이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은,
과학의 진보 내지는 시야를 넓히는 관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기존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유전자에겐 야누스적 얼굴이 있다.
전통적 설명들은 밖을 향한 얼굴, 원인이 되는 측면만을 이야기했다면,
이제 안을 향한 얼굴,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235)
후성 유전학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이 책에서는 설명 가능한 사례들을 들고 있으나, 그 사례들이 일관성이 있거나
모든 개체에 들어맞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게놈 차원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관점을 이렇게 세포 차원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로 보인다.
후성 유전학의 앞날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