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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치는 밤 ㅣ 읽기책 단행본 9
미셸 르미유 글 그림, 고영아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읽는 대부분의 책은 가로보다 세로가 길다. 정사각형을 오려내고 나면 얼만큼의 종이가 남을 만큼...
이 책은 반대로 가로가 더 길다. 그리고 아이들이 여러 번 읽어도 해어지지 않도록 두툼한 종이를 쓰고 있다.
지은이 미셸 르미유는 캐나다인이고 불어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불어로 읽으면 얼마나 부드러운 발음으로 숑숑대면서 읽힐까...
상당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거리까지 달려간 책이다.
천둥치는 밤, 한 소녀는 개 한 마리와 둘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생각의 늪으로 빠져든다. 그 생각들은 현실감이 없기도 하고, 상상 속의 공상들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것들이다.
누구나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자신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 보게 마련이지만, 대개 끝도없는 잠의 시작과 맞물려 잊혀져 버리기 십상이다.
잠못 이루는 밤이 아닐지라도, 늘 나의 존재 의미에 대한 탐구를 잊지 않아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린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주는 철학책, 종교책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아이들이 이런 철학적 사변들을 자유롭게 확대해 나가는 것이 곧 국가의 인문학적 인프라를 공고하게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 책을 많이 권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절판이란 붉은 글자를 보는 순간, 우리나라의 인문학적 인프라가 얼마나 좁은지를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철학을 가르치지 못하는 우리 나라 같은 처지에선, 정말 삶은 무엇인가, 삶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하는 철학 선생의 진지한 질문에 '삶은 계란'이라는 엽기적인 답을 한들, 그것 또한 우리의 얕은 밑바닥이 훤히 보이는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