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 김경욱 소설집
김경욱 지음 / 창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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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의 소설집에는 9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기왕의 작품집들을 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의 작품세계가 어떠한지를 이해하긴 힘들지만,

이 책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의 관심은 이 사회의 상처에 닿아 있다.

 

불평등의 심화라는 말 속에는,

절대 빈곤의 심화라는 폭탄이 들어 있고,

그 속엔 다시 여성이나 어린이들의 상처가 가득하다.

그 상처에 대한 치유따윈 국가의 '복지'에 들어 있지않다.

 

침묵에 대해 숱하게 불평했던 여자친구는

침묵의 이유에 대해서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묻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법이다.

묻지도 않은 것에 대해 말할 때는 헛소리를 하게 되니까.

묻는 말에는 거짓으로 답하게 마련이고.

거짓말과 헛소리를 빼면 어떤 이에게는 울음만 남고 어떤 이에게는 침묵만 남는다.

진실은 울음과 침묵 사이에 있을 것이었다.(183)

 

이 문장을 오래 씹었다.

진실은 울음과 침묵 사이에 있을 것이었다.

어떤 이는 울고, 어떤 이는 침묵한다.

 

빈곤은 울고 국가는 침묵한다.

약자는 울고 부자는 외면한다.

삶의 진실은 그 사이에 있을지 모른단다.

 

99%가 울면서 뛰쳐나와 '아큐파이~!'를 외쳐도,

1%는 외면한다.

1%는 '타워'와 '팰리스'를 지어 놓곤, 그 성채 안에서 안전하다.

 

진실이 울음과 침묵 사이에 있다면

사랑은 떨림과 두려움 사이에 있다.

울음이 떨림이라면 침묵은 두려움이다.

그러니 우는 자는 떠는 자고 침묵하는 자는 두려워하는 자다.(187)

 

울음과 침묵,

떨림과 사랑...

이런 단어들을 잘 어루만지면,

이 소설의 쓰라린 인생들이 그 품안에 들어와 잘 읽힐 듯 하다.

 

왜 이렇게 아픈 사람들만 쓰는가,

왜 세상을 이렇게 어둡게 보는가,

이렇게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작가가 과연 훌륭한가,

이렇게 묻는 자 있다면,

그는 1% 안이 그 '성채'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자다.

 

중립은,

한없이 낮아지는 무게중심으로 평형을 맞춰야 하는 저울의 추와 같아야 하는 것.

 

과연,

당신은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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