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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화차 :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지옥으로 실어나르는 불수레
화차라는 영화도 있었다.
이 책은 굉장한 사회 소설이다.
배경은 일본이지만,
한국은 일본의 경제, 문화 사정을 뒤쫓아 가는 걸로 미루어, 한국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소설은 다양한 사건들의 복잡 구성이 돋보인다.
주인공 형사가 세키네 쇼코의 뒤를 쫓아가는 기본적인 라인을 중심으로,
혼마 형사의 집을 돌봐주는 가정부 아사카와 그 아내 히사에,
아들 사토루와 멍청이라는 강아지 이야기 등,
주제는 비슷한데, 이야기가 조금씩 다른 내용으로 깊이를 더해가는 재미가 있다.
멍청이의 실종과 세키네 쇼코의 실종,
세키네 쇼코의 파산과 아내의 교통 사고 등,
서로 다른 사건들에게서 얻어내는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신선하다.
신조 교코가 등장하면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데,
스토리를 끌고가는 품이 느긋하면서도 독자의 감정선을 짠하게 건드린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주위 상황을 늘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그러지 않으면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볼 수도 있으니까요."
손을 들어 보이고 변호사는 ... 그의 조그만 등은 곧바로 인파 속에 파묻혀버렸다.
무수한 나무들 속으로, 숲속으로.
보이지 않는 흐름에 떠밀려가는, 의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무리 속으로.(171)
여느 추리소설에서는 범인은 나쁜 품성을 가지도록 되어 먹었다.
사회의 어둠 속에서 자라난 썩은 사과는 점점 사과 상자를 썩게 만든다.
그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일이 주인공 탐정의 역할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면서,
왜 그 사과가 썩었을까,
그 사과는 애초부터 썩은 것은 아니었음에랴...
상자가 사과를 썩게 한 걸까,
이런 인간에 대한 애처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신조 교코가 세키네 쇼코의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가정이 어그러지면서,
마지막 부분이 참 궁금했는데,
그 시점에선 소설이 몇 장 남지 않았다.
이 글의 마지막은, 열려있다.
여느 소설처럼 총성이 들리고 피가 튀지도 않고,
스릴 넘치는 도주와 추격 장면도 없다.
다만, 신조 교코의 어깨에 손을 얹는 장면에서 엔딩 크레딧이 오르게 되어 있다.
아~
화차에 실어 보낼 것은 세키네 쇼코를 어찌 한 신조 교코~가 아닐는지도 모른다.
화차에 실어 보내야 할 것은,
이 세상을 이렇게 어그러지게 만든 그 모든 것들을
사회 구조를 화차에 실어 보내야 할는지도 모른다.
악인이라기보다는
악인을
악행을 만들게 한 그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
사회파 소설.
미미 여사의 책들이 급 당기는 허기가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