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여유, 그리스 - 역사여행가 권삼윤의 그리스 문화기행
권삼윤 지음 / 푸른숲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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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카사 비양카(카사 블랑카라고도 한다. 원래 카사는 집, 블랑카는 하얀이란 뜻이니, 하얀 집이란 뜻, 카사 블랑카란 도시도 있고, 백합 비슷한 화려한 꽃도 있다.)에 도발적으로 꽂히는 포두줏빛 푸른 바다라고 할 수 있다.

바로 포카리 스웨트 광고에 등장하던 그 푸른 바다와 흰 집들 말이다.

언젠가 한 번 그리스의 따가운 햇살(이건 내가 별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을 등에 맞으며, 선글라스 없이는 바라보기 힘든 카사 비양카의 백색 집에서 잠을 자고, 우리 동해보다도 푸른 디오니소스의 바다를 가 보고 싶다.

권삼윤은 여행가다. 그런만큼, 이윤기의 그리스를 읽는 눈에 비하면, 깊이가 없다. 여행가이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들이 보이고, 특히 가슴 큰 그리스 여인들과 친절한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 독자가 별로 원하지 않는 이야기들.

그렇지만, 구석구석 다양한 곳을 여행하기에 깊이있는 생각을 듣기 보다는, 시원한 바다와 어우러진 그리스 풍경이 멋드러지게 펼쳐진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깎아지른 벼랑위에 지어진 수도원들이다. 오천 년 전에 지었다가 이제는 다 무너져 버려 열주나 주추만 남은 신전터의 썰렁함에 비하면, 반지르르한 바위 꼭대기에 독수리마냥 사뿐 올라 앉은 수도원을 보면, 그리스 정교든 뭐든 종교의 종류에 관계치 않고, 거기 살아가면서 자기와 맞서 보았던, 그리하여 우리 존재의 가벼움의 질량을 비교해 보았던 치열한 삶들을 상상하게 된다.

루사노 수도원, 성삼위일체 수도원, 발람 수도원 같은 수도원들과, 수도사들이 바위벽을 타고 올랐던 그물 망태를 바라보노라면, 색다른 경험에 가슴 뛰는 지은이와는 다른, 삶에 대한 종교에 대한 경건함과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경험이다.

신화의 나라, 고대 문화를 꽃피웠고, 도시 생활을 이룩했고, 예술 속에서 살았던 나라, 그리스,
푸르른 지중해에 둘러싸인 발칸 반도의 나라, 올림픽의 근원지이며, 포도주와 올리브의 나라, 그리스.

역사 여행가란 사람의 발걸음 따라 아직도 오늘 새벽을 살고 있을 지중해변 카사 비양카 속의 그이들의 삶을 조금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 조금 아쉬운 것은 감출 수 없다. 역시 책을 쓰려면, 글맛을 살릴 줄 알아야 하고, 전문적인 일가견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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