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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워크 - 원죄의 심장,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3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코넬리는 평생 한 편 쓰기도 힘든
최고의 작품을 이미 두 편이나 써냈다.
그것은 바로 '시인'과 '블러드 워크'다. - 뉴욕 타임스
시인을 이미 재미있게 읽은 터라,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두툼한 추리물을 손에 들면,
난 제일 처음엔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서 분량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면서 500페이지쯤의 중간쯤이구나, 이제 거의 해결책이 제시되겠구나.
어? 아직 100페이지나 남았는데 어떤 반전이 있을까?를 나름 생각하면서 읽는다.
이 소설엔 FBI 프로파일러였던 테리 매케일렙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심장 이식을 받은 그에게 찾아오는 미녀~ ㅋ~
이 소설의 3/5 지점까지는 오리무중의 답답함이 이어진다.
그러다 '번쩍'하는 테리 매케일렙의 지혜에 따라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잡게 되고,
범인의 속임수를 알게 된다.
죽은 사람들에게서 너무도 공통점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벽보 포스터 한장에서 떠오른 물음표는 큰 수확이었다.
그렇지만, 범인을 잡는 데서 이 소설은 끝나지 않는다.
범인을 총으로 쏘아버리고 해피엔딩~ 이라고 한다면,
저 뉴욕 타임스의 칭찬은 뻥~에 해당할 수도 있었다.
그가 창조한 인물의 증오심이 얼마나 집요한 것인지,
인간은 정말 어디까지 깊어질 수 있는 존재인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책 속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야.
모든 게 잘 정돈돼 있고, 선과 악이 분명하게 구분되고,
악당은 항상 응분의 벌을 받고,
주인공은 반짝반짝 빛나고,
찝찝하게 남는 구석은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진짜 세상의 괴로움을 달래주는 해독제라고.(167)
친구 버디의 이런 목소리는 마이클코넬리의 작가관을 반영한다.
그래. 장르 소설은 늘 그렇지.
사회의 문제를 꼬투리 삼아, 고위층의 문제,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는 법의 한계,
그런 페이소스를 강하게 보여주는 것이지.
현실에서는 부정을 저지르는 집단은 계속 강자로 군림하고,
피해자는 계속 피를 흘리는데...
소설 속은 해결책과 카타르시스를 보여주지.
세상은 얼마나 찝찝한 곳인데,
그렇다면, 그 찝찝함을 보여주는 소설을 내가 한 번 써보자.
이런 시도가 이런 멋진 작품을 낳았다.
삼진 제도는 원래 범죄를 억제하려고 도입된 건데,
옛날엔 그냥 강도짓만 하던 녀석들이 이제는 목격자를 깡그리 죽여버리게 된 거죠.(99)
인간의 법이란 것은 늘 부작용을 얻는다.
그런데 법이 엄중할수록 그 부작용 역시 클 수밖에 없는 것.
그런 사회 문제를 대놓고 떠들면, 그 역시 문학으로 한계를 노출하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
테리의 부친이 물려준 배의 이름은 '더 팔로잉 시'다.
뒤따르는 파도.
팔로잉 시는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파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배 뒤를 바짝 쫓아오는 파도예요.
하지만 눈에는 안 보이죠.
그 파도가 뒤에서 배를 때리면 가라앉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팔로잉 시가 있을 때는 파도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해요. 파도를 앞서는 거죠.
항상 등 뒤를 조심하라고요.(75)
배 이름 하나도 모두 복선이 된다.
범죄자가 숨고 '착한 사마리아인'이나, '신고자'들을 최면수사하거나 할 때,
배의 바로 뒤에서 바짝 쫓아오는 파도가 존재했다.
그런 것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는 것이 묘미다.
피로 진 빚은 반드시 피로 갚아야 했다.
그래서 연쇄살인 전담반 요원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피의 작업'이라고 불렀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빠져나가는 놈이 생길 때마다 그는 상처를 입었다. 매번(39)
블러드 워크.
피의 작업은 반드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제 사건은 참으로 많을 것이다.
그 미제 사건, 또는 뻔히 보이는 범인을 벌주지 못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상처입는다. 매번.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나을 수도 있지만,
오래오래 흉터로 남을 수도 있다.
'라이온 킹'에서 '심바'의 삼촌 이름이 '스카Scar'였다. 흉터...
겉모습의 흉터는 사람을 흉측하게 보이게 한다.
그러나 '심야 식당'의 주인은 역시 스카지만 그 마음은 퍽 따스하다.
찾아오는 멀쩡해보이는 사람들 마음 속의 상처를 위무해주는 존재인 것이다.
1956년생.
마이클코넬리의 나이를 찾아 봤다.
그가 오래오래 멋진 소설을 써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