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계곡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0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0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인'의 속편,

절벽 아래로 사라진 '시인'은 속편을 예고했다.

시신이 발견되었으나, 그가 시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8년 뒤, 다시 부활한 시인.

물론 속편은 본편에 비하여 좀 시들하다.

해리 보슈가 등장하지만, 레이첼 요원과의 로맨스도 덜 달콤하다.

연쇄살인이 일어나지만, 1탄에 비하자면 공포스러움이 덜하다.

그만큼 <시인>이 강력했던 탓이리라.

 

시인을 쫓는 보슈와 레이첼 이야기는 늘 흥미진진하다.

마지막 부분의 추격 장면의 박진감도 재미있다.

 

시인은 어두운 동굴에서 겨우 빠져나온 뒤 하늘을 본다.

 

그는 자기 머리 위로 수십 미터나 치솟은 암벽의 실루엣을 쳐다보았다.

마침 그것이 달을 가리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 때문에 별들이 더욱 밝아 보였으니까.(279)

 

연쇄살인범인 '시인'의 시야가 가려질수록 별이 밝아보인다는 묘사는,

범죄자의 심리를 좇아가는 프로파일러의 시선인 듯, 저릿하다.

 

수사관에게 범죄란, 로스앤젤레스 강같은 것.

 

저게 바로 막강한 로스앤젤레스 강이오.

계곡이군요. 지금은 꽤 얌전해 보이는데요.

쉬고 있는 거지. 다음 폭우때 돌아올 거요.(451)

 

범죄자도 잠쉬 쉬었다 폭우 시즌이 되면 돌아오듯,

수사관 역시 계곡과 같은 존재다. 시즌이 되면 돌아오는 것.

 

범인을 죽게 함으로써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테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묻어 둠으로써 삶의 페이소스는 진하게 감겨든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훅 들이킨 듯,

진실을 아는 것과 밝히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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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역에선 '주유소'를 '가스를 충전'한다고 계속 표현하고 있다.

개스 스테이션에서 물론 가스를 넣을 수도 있지만, 이때 'gas-'는 'gasoline'의 준말인 듯.

그냥 기름을 넣는다 정도로 처리해도 무난했을 건데,

 

가스를 충전하려고 주유소엘 들렀어.

한쪽으로 식수대가 두 개 있었는데,

한 곳엔 '유색'이란 팻말이 다른 곳엔 '무색'이란 팻말이 붙어 있더군.

나는 무턱대고 '유색' 식수대로 걸어갔지.

물이 무슨 색깔인지 보고 싶었던 거야.

그러자 엄마가 나를 잡아당기고는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셨어.

나는 그때 엄마가 아무 설명도 하지 말고 나더러 물을 보도록 내버려 두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했던...(360)

 

<식수대>로 착각한 것이겠지.

가솔린은 기름에 '유색'을 넣어 노란 빛이 강하게 도는 '유색'이니...

그걸 <식수대>라고 하면 어색하다.

'수도꼭지'나 '밸브' 같은 말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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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11-2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영어권이지만 미국에선 가솔린을 가스라고 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도시가스 따위로 오해하는 수가 있습니다만...번역가가 그런 실수를 하는 건 좀...그러네요.

글샘 2013-11-28 13:19   좋아요 0 | URL
주유소를 가스-스테이션이라고 하잖아요.
그걸 가솔린이라고 이해하지 못한데서 온 오해일 듯...
식수대는 좀 심했더군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