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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에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은 마이클 코넬리가 해리 보슈를 처음 탄생시킨 책이다.
이후의 몇 작품을 읽고 난 후라 그런지,
첫번째의 이 책이 지닌 무게는 유난히 강렬하다.
아마, '첫-'이란 무게가 실려 그럴 것이다.
해리 보슈가 베트남전에서 땅굴쥐로 생활했던 모티프를 통해서,
지하 땅굴로 '검은 돈'을 빼내는 범죄를 구상한다.
물론 작가의 단골은 '내부 거래자' 역시 뒤통수를 치고,
주인공은 여러 모로 곤란을 겪는다.
작가가 있는 소설 속에서는,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 악한들에 대한 벌줌이 가능할는지 몰라도,
현실 속에서는 과연 그 반동 인물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 것인지...
아니, 오히려 그것이 불가능함에 인식이 닿아 이런 소설들이 <문제 해결>의 환상으로 기능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보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너무 세상 흐름을 따라가는 건 하수구로 향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끔 그는 자기만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세상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게 문제였다.
다들 진지하게 매진해야 하는 일 대신 취미나 부업을 갖고 있다는 것.(153)
범죄자를 대하면서도 그렇다.
옛날에 우리는 모두 어둠을 무서워하는 애들에 지나지 않았어요.
그 땅굴들은 정말이지 얼마나 어두웠는지,
파란 하늘을 등지고 암흑 속으로 들어가는 일.
이건 그 친구가 땅굴 임무를 표현한 말입니다.
우린 땅굴 입구를 '블랙 에코'라고 불렀는데,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았어요.
그 아래로 내려가면 자신의 공포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그 아래에 내려가면 자신이 이미 죽은 것 같아요.(239)
검은 메아리...
베트남에서 죽어간 전사들은 대부분 어린 청소년들이었다.
그들을 범죄에 활용하는 사람들...
세상 참 더럽다.
그런데, 더러운 걸 더럽다고 욕하면, 그 입 더럽다고 떠드는 이들도 많다.
참 드~럽다.
그걸 지칭하는 이름이 없어서,
우리도 그냥 그렇게 부른 겁니다.
땅굴 속에 혼자 내려갈 때 느껴지는 축축한 공허함.
어둠같은 것들.
마치 자기가 죽어서 어둠 속에 묻힌 것 같은 느낌.
아직 살아 있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겁에 질렸어요.
자기 숨소리가 어둠 속에서 메아리치는 것 같은 게,
그 소시에 자기 위치가 드러날 것만 같은 기분... 그냥 검은 메아리...(445)
이런 컴플렉스이자 트라우마인 이야기를 파트너이자 애인인 위시에게 늘어 놓는 해리 보슈...
참 인간적이다.
그래서 그 인간적인 주인공이 위기에 빠질 때 독자는 그를 읽는 것만으로도
인간적인 대열에 조금이라도 동참할 수 있는 기분으로 그를 찾게 된다.
해리 보슈의 '첫' 이야기인 만큼, 이 책은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