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급자족하던 시절,
삶은 예술 그 자체였다.
여성은 패브릭을 직조하고, 남성은 수렵과 채집, 농경을 책임진다.
한 가정 안에서 모든 생산은 그들의 힘만으로 오롯이 수확된다.
분업이 이루어지면서,
팔을 들어 어깨춤을 추는 사람들이 사라진다.
예술은 무언가 전문가들이 <이미 만들어 둔 것>을 구경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만의 세계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안규철의 이 책은 창작 노트이기도 하고 아이디어 뱅크이기도 하다.
예술이 되는 과정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린다.
괜스레 이 책을 읽노라면, 나도 예술의 현장에 투입되는 인자이고 싶어진다.
예술을 감상하는 법을 '읽어주는' 책이 아니라,
예술가의 삶을 사는 법을 보여주는 책이랄까.
예술이 하는 일은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두려움을 다루는 일이다.
그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62)
예술은 삶과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려 한다.
소멸과 망각에 대한 공포.
무언가 남기려는 자는 그 '남아있음'에 상반된 '소멸'을 두려워하는 자이다.
예술가가 되는 것은... 자동적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잠깐 게으름을 피우거나 자만에 빠져있는 사이에
예술가는 예술가가 아닌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 결과 한때 예술가였으나 더 이상 예술가가 아닌 사람이 스스로를 여전히 예술가라고 착각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예술가에게 가장 끔찍한 악몽이 이것이다.
이런 상태를 피하기 위해서, 자신이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늘 내가 무엇을 했기에 예술가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다.(82)
이런 예술가 많다.
읽기 싫은 작품들을 마구 찍어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리는 작가들도 짜증난다.
한때의 인기를 반추하면서 비슷한 류의 노래를 불러 새 음반을 내는 가수도 귀찮다.
오늘 내가 전진하고 있어야 예술가란다.
있는 것과 사라지는 것 사이의 모호한 중간 지대에서
무채색으로 수렵되어가는 애매한 형체.(93)
먼지를 예술의 소재로 만든다는 것도 새로운 아이디어지만,
거기 이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새롭다.
매일 소멸되어가는 자신의 시간을 먼지라는 객체로 읽어낼 줄 아는 눈.
그런 것이 예술가의 눈이다.
등산에 열심이고 당구장에 모여 시합을 하는 친구들.
더이상 뭔가를 생산하지 않는 그들은 아직도 할 일이 있는 나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성공과 실패를 넘어서 목표가 아닌 과정에,
실패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는 법을.(154)
아~
성공에 대한 집념.
실패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
이런 것을 억지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목표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는 삶, 실패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는 삶에서도 배워야 한다는 마음은...
예술이다.
아무리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말이라도 반복되면 점점 그 의미를 잃는 것과 똑같은 이치로,
무의미해 보이는 사소한 일들이 끊임없이 거듭됨으로써,
- 여기에서처럼 미세한 먼지가 하나씩 쌓임으로써 -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다.(181)
의미는 원래 그 가치가 거기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의 의미는 다 그렇다.
무의미해 보이거나 사소한 것들이라도, 거듭되는 속에서 의미를 찾는 눈.
인생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