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박수밀 지음 / 돌베개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원 다닐 때,

박지원에 필이 꽂혀,

박지원의 '글쓰기'로 '작문 교육'에 대한 논문을 쓰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박수밀이 쓰게 냅두길 잘 했다. ㅎㅎ

내가 이렇게 쓸 수도 없었으려니와,

나처럼 석사학위 나부랭이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 이런저런 자료들을 뒤적거리다가

연암의 글쓰기에 대한 책들이 그닥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 이 책이 있다면, 작문 교재로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분야든, 기법이 쌓이고 모이면 '술'이 되고, 그것이 더 높아지면 '법'이 되고, 최고의 경지가 되면 '도'가 된다.

검술이 검법의 경지를 넘어 검도가 되는 것처럼...

문장 역시 그럴 것이다.

재주가 쌓이면 문장술이 될 것이고,

나름의 문체를 확립하면 문장법이 될 것인데,

자신의 생각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정도면 문장도라 일컬을 수 있을 듯.

 

연암의 글은 '얽매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법고창신, 이라고, 옛것을 본받지만 그대로 따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문장을 잘 드러낸다.

 

조선의 글쓰기는 '술이부작'이었다.

선조들의 글을 본받아 기술하긴 하지만, 새로운 것을 짓는 것에 경계를 두는 표현이다.

연암의 글은 그런 입장에서 보면 해괴하기 그지없다.

 

그의 글은 제목부터가 생동감이 넘친다.

글의 소재도 온갖 것들이 등장하고,

기존의 '성질'과 '이치'를 모두 단숨에 뒤집어버린다.

변하지 않을 것으로 여기는 삼강오륜과, 대의명분도 한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 살고 있는 사람이지,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의 고루한 이야기책이 사람을 죽여선 아니되는 것이다.

 

조선 초기였다면 '사문난적'으로 처단되었을지 모르나,

이미 조선의 근간은 무너지고 천주학이 들어오던 시기였다.

그의 글은 '소품문'으로 분류되어 '문체반정'의 대상이 되긴 하였으나, 목숨을 앗기지는 않았다.

 

이 책의 장점은 연암의 글에서 <모범>이 되는 글들을 참 잘 뽑아 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글들을 '문장법'과 연관지어 이런 글을 쓰도록 창의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다.

조선의 '강호한정, 자연친화' 사상을 현대의 '생태적 관점'과 접목시키는 데 과도한 노력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연암의 글을 본받으라는 관점으로 펼치고 있는 작가의 글은 좀 읽기 난삽한 면이 있다.

 

글은 우선 주제(주장)가 신선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눈으로 읽거나 입으로 읽기에 졸깃거리는 맥락을 얻어야 한다.

표현법도 새로운 비유를 들어 신선하게 달려나와야 하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주제가 글에 통일성있게 반영되어야 한다.

일관성을 잃어버리기 쉬운 것은 욕심이 과하기 때문이다.

 

자기 이야기를,

똑똑 떨어지는 말맛을 느껴지도록 리드미컬한 문장에 담아내는 것.

쉽지 않다.

 

사람들은 '남들의 이야기', '세상의 통념'을 마치 자기 생각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앵무새다.

연암이 경계한 것이 그런 글들이다.

남들이 나부댄 이야기들을 깊은 심사숙고 없이,

제것인 양 적어대는 글들을

조금 재주를 부리는 것으로 마치 문장인 듯이 뻐기는 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준다.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광야의 휑한 바람결처럼,

또는 떼를 지어 달리는 붉은 빛 감도는 젊은 말들처럼,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그런 글을 바랐던 연암.

 

그 시대의 진정한 <문장가 스타일>이었다.

 

나처럼 문학을 밥벌이로 하는 사람에게는 그의 마지막 장,

<일야구도하기, 황금대기, 호질>에 대한 분석이 재미있을 수 있겠으나,

그의 논문 같은데 끼었을 법한 이야기가 책의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책의 일관성을 떨어트리는 부분같기도 하다.

 

101쪽에서...

오늘날 우리가 고전으로 배우는 시조니 고려가요니 하는 장르는 그 당시에 유행하던 대중가요였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셰익스피어의 문학 작품도 그 당시에 가장 유행하던 대중소설이었다.

 

시조는 '그때그때 창작하는 노래'로서의 측면이 크고,

고려가요는 지금 남아있는 작품들이 '조선의 궁중 음악'으로 쓰이다 채록된 것이어서 대중가요의 측면만 보긴 힘들고,

셰익스피어는 '소설'을 한 편도 쓴 적이 없는 '극작가'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