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사서 - 3천 년 역사를 이끈 혁신, 전략, 인재, 소통의 비전
김원중 지음 / 민음인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역사는 늘 승자의 편에서 기록하게 마련이다.

 

요즘 고전이 붐을 일으키고 있는 한 면에,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삶에 대한 추구보다는,

고전을 읽는 것 자체가 하나의 스펙이 되고, 고전 속의 '처세술'이 배울 것들이 많아서인 면도 있어 보인다.

자칫, 걱정되는 면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관점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는다.

 

우선, 이 책은 작가가 여러 번의 강의를 통해 녹취한 것들을 바탕으로 자료를 정리한 것이라 한다.

그런데, 그 강의 대상이,

삼성 사장단 강의를 비롯하여,

삼성전자,

사법연수원,

경찰청,

현대리더스포럼,

인간개발연구원,

교보문고,

롯데,

SK,

육군본부,

KBS 라디오,

오마이뉴스,

부산 KBS,

전경련, 한양대, 제주대 등 공공 기관과 기업에서 강연을 해왔으며,

현재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우리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을 위한 고전 강연을 하고 있다.

는 것으로 보아,

학술적이기보다는,  그 쓰임이 처세술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또는 사람을 부려먹기에 적합한 이야기들이 가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가득했다.

 

같은 샘물을 마셔도

소는 우유를 만들고, 독사는 독을 만든다지 않는가 말이다.

 

<혁신과 변화를 미덕으로 삼는 시대에>라든지(87)

<CEO와 조직원들은 갑과 을의 관계입니다.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그 반응이 달라집니다>(345) 같은 구절들로 본다면,

이 책의 주 독자층으로 잡은 대상은,

경영의 윗선에 존재할 것 같다.

 

결국, 이 책은 조직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보다는,

고전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면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에 강의의 초점이 놓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고전의 종류가,

한비자, 손자병법, 사기, 정관정요를 읽으려고 한 데서도 그 목표는 뚜렷해 보인다.

 

물론 최고경영자가 고전을 읽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에 앞서서,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아버지로서 종업원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곤란하다.

가부장적 권위로 다스릴 수 있는 종업원의 수는 기껏해야 몇십 명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맹점이

저자가 몸담고 있는 '삼성' 같은 기업에 속한 회사만도 6,70개에 이르는,

세계 경영학 사상 유례가 없는 '거대 공룡 매머드식 재벌 기업'이며, 그것도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 재정을 좀먹는 기생충 역할을 하는 정-경 유착의 특이한 생명체라는 것에 있음을 적시해야 한다.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취약한 구조인 것이다.

재벌 기업의 돌려막기,

무능력한 가족들의 경영권 다툼,

이런 것은 북조선의 '김씨 왕조'와도 똑같고,

빨갱이 운운하는 자들이 빨갱이를 욕하는 것처럼,

'자유가 없고 독선적인' 자들이 바로 그런 재벌이란 생명체기 때문이다.

 

책의 힘은,

그 책이 어떤 대상을 위하여 쓰여졌는가도 중요하다.

고전을 아무리 잘 정리했더라도,

수능 정리용이라면 수능 다음날 버려질 수도 있다.

 

고전을 오늘에 되살리는 이유는,

이 혼란스러운 <신자유주의 자본독식 사회>를 살아가는 <미약한 개인>으로서,

어떤 힘을 누구와 함께 얻어내야 할 것인지를 구하는 데 있지 않을까?

 

<신자유주의 독식>에 주마가편하는 고전 강의라면, 노 땡큐~다.

그건 이런 이유에서다.

 

옛것에서 얻은 앎이 이 되지 못하는 것은, 옛것의 결함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자의 결핍일 뿐이다.

(손철주, '사람보는 눈' 중에서)

 

한비의 군현제 같은 것을 <능력위주 국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동>이라 부르며 의미를 부여하는데,

2천년도 전의 작은 지역 사회를 통일하려던 논리를,

글로벌 자본주의 착취 시대의 시스템에 들이미는 것은 좀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