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파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2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2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해리 보슈 시리즈를 몇권 읽었다.

해리 보슈, 참 멋진 남자다.

영혼이 없는 경찰 노릇을 하는 여느 형사들과는 달리, 인간미가 곳곳에서 배어난다.

그것은 저절로 이뤄진 노릇은 아니다.

 

강력계의 옛 스승들 중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피살자들을 '살인자의 먹이'라 부르며 특별한 동정심을 보였다.

그는 일직이 보슈에게 사회에서는 모든 피살자들이 동등한 대접을 못 받지만,

진정한 형사라면 그들을 동등하게 대접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 여자들도 모두 누군가의 귀한 딸이었어. 중요하지 않은 여자는 하나도 없다."(61)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이 가진 힘이 이런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메마른 범죄의 함정만 놓인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놓인 관계의 소중함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는 스릴러여서 더욱 매력있다.

 

보슈는 이런 친밀감을 갈망했고 그것이 주는 해방감을 즐겼다.

그는 레이철도 이런 기분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그에게 준 선물은 그를 세상사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그때문에 과거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았지만 입가의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174)

 

로맨티스트 해리 보슈의 주변엔 이렇게 감정을 터놓을 수 있는 여성들이 늘 존재한다.

메마른 세상에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가지지 못한 일처럼 슬픈 일도 없다.

 

작가는 표현 면에서도 재미있다.

 

그 말을 잘근잘근 씹어 액체로 만든 다음 현미경으로 분석해보고 싶었다.(256)

 

범죄자들이 흘린 말의 실마리를 곱씹어 생각하는 부분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했다.

 

미국에는 각종 전쟁에 참전했다 영혼에 잊을 수 없는 질병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

람보로 대표되는 그들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사회에서 엉망인 삶을 살고 있다.

이 소설 역시,

베트남전의 '땅굴'이 나온다.

범죄자 웨이츠와 보슈는 둘다 베트남의 땅굴 기지에 있었다.

 

정말 거기 있었던 모양이군, 보슈.

그런데 지금 우릴 좀 봐. 당신은 당신의 길로 갔고 난 내길을 갔어.

난 못된 개를 키웠나봐.

매클러런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잖아.

모든 사람은 마음 속에 두 마리를 개를 키우고 있다고.

착한 개와 못된 개.

그 두 마리는 노상 싸운다고 했어. 오직 한마리만 지배자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싸움에서 이긴 개는 항상 그 사람이 키운 개라는 거야.

난 못된 개를 키웠고, 당신은 착한 개를 키운 것 같아.(367)

 

권력자의 놀음에 놀아난 웨이츠는 동굴 속에서 자기 성찰에 이른다.

누구나 마음 속에는 두 마리의 개를 기른다.

 

그러나, 보슈는 웨이츠의 위치를 제대로 바라보고, 진범을 추격한다.

이런 것이 마이클 코넬리의 진가다.

가진 자들이 추악하게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추한 면을 가난한 자들에게 떠넘기는 현실을,

그 시궁창같은 현실에 비수를 들이대는 해리 보슈...

 

장자연 사건 같은 것에 커터칼 하나 들이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이런 소설이 한국에서도 더 실감나게 등장해야 할 듯 하다.

독재 사회일수록, 풍자 소설이 그득한 법이니 말이다.

 

해리 보슈를 더 만나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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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칠 곳 두어 군데

 

314. SUV를  USV라고 표현한 곳이 있다.

411. 약한 엔진을 폭발시켜 다섯 블록을 내달려... 자동차에 강한 엔진과 약한 엔진이 있을 리는 없으니, 저단 기어로 급가속을 하여 순간 가속도를 높여 내달리는 것을 뜻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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