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인도
임현담 지음 / 초당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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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 텅빈 인도는 뭐, 그런 뜻 아닐까?

며칠 전, 직장 동료들끼리 등산을 가는데 내가 운전을 했다. 옆자리에 수다스런 영감님이 타셨는데, 제법 여행 다닌 폼을 잡으신다. 그런 이일수록 조금 띄워줘야 좋아하기 때문에, 인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냐고 했더니, 인도를 좋아하는 사람은 칭찬만 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딱 질색이라는 동문서답을 한다.

한 동안 열병처럼 인도를 가려고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지금도 있을 것이다. 나도 인도를 가고 싶던 적이 있었다. 낭만적인 생각으로. 그렇지만, 원효의 의상 대사의 이야기처럼, 인도에 가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본연의 나>를 찾기 위해서 척박한 땅으로 가길 원한다면, 왜 그곳이 인도가 되어야 하는가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의 저자는 의사이면서 드자브에 이끌린듯이 인도로, 히말라야로 다닌다. 그러면서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나에 대해서 질문한다. 어머니의 강 갠지즈에서 작가가 본 것은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는 천민들의 삶에 대한 번뇌, 죽음에 대한 초탈, 신격화된 강물에 대한 경원이었다.

인도를 여행한다는 것은 가난과의 만남이고, 불구와의 만남이고, 가장 더러움과의 만남이다.

그렇지만, 가난이, 불구가, 더러움이 인도에 가야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가난이, 더러움이 만연한가 말이다.

<신들의 대지, 혼돈의 땅에서 잃어버린 나>라는 부제를 볼 때, 저자는 솔직하다. 인도를 여행했을 뿐, 자기 자신을 찾겠다는 뜨거운 열정은 나를 잃어버린 여행으로 마무리되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는 거다.

어떤 기행문들은 여행자로서 기행에 불과하고, 어떤 기행문들은 인도 예찬(류시화의 글이 좀 그렇다.) 일색인데, 이 책은 평범한 의사(하긴 이 정도면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가 철저한 자기와의 대면을 위해서 인도로 간 기록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객관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여행안내서가 아니므로 컬러 화보가 중요하지 않고, 그저 다비하는 모습만 많이 실려 있다. 죽으면 한 줌 재로, 타다 남은 몸 한 토막은 강물의 바위에 걸려 울렁거리고 있을 이 육신, 얽매여 살지 말자는 이야기겠다.

그가 인도에서 만난 어느 회사원. 일류로 일류를 위해서 평생을 바쳐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살지?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그 이야기는 우리를 충분히 겸손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인도를 찾는 이들이라면, 그래서 삶의 본연의 모습을 만나고 싶은 이라면, 의상과 원효처럼 서역으로 진리를 익히려 달아나 보려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권할만한 책이다.

나바호 원주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노래. 진리는 어디에나 있지 않으냐...

네 발을 꽃가루처럼 내려 놓아라.
네 손을 꽃가루처럼 내려 놓아라.
네 머리를 꽃가루처럼 내려 놓아라.
그러면 네 발은 꽃가루, 네 손을 꽃가루, 네 몸은 꽃가루,
네 마음은 꽃가루, 네 음성도 꽃가루
길이 참 아름답기도 하고 잠잠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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