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겨울 민음의 시 148
장승리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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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리라는 이름이 시적이거나 문학적이라 느껴져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장그래~란 이름이  always yes!란 뜻으로 풀리듯,

장승리~는 always victory!가 되려나?

 

그런데 그의 시집은 온통 깨진 거울처럼 신산하다.

차갑고, 상처받은 언어로 가득한 이 시집은 신선하기보다는,

짙은 향수가 첫 매혹 이후에는 금세 질려버리듯,

따가운 담배빵의 고통이 주는 쾌감도 금세 자동화되어버리는 것처럼,

아픈데 지루하다.

 

, 칼금, 모서리, 깨진 거울

 

이런 소재들이 반복 출현하면서 상처를 자동화하는 듯 하기도 하고...

 

 꼭지점, 젖꼭지

 

이런 단어들이 주는 날카로움이 결이 살아있지 못하고,

생채기와 무르춤하게 나열되고 있어 그런가.

 

우리(we or cage?)

    

이런 언어 유희를 나는 좋아하는 편인데,

'우리'라는 말이 주는 포근함과 편안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그것이 '사랑'일텐데,

그것을 씁쓸하게 '우리'에 가두는 것과 겹쳐놓는 마음이라면,

'사랑'은 늘 넘사벽으로 답답하게 보일는지도 모른다.

 

    가려워서 긁는다 긁다보니 긁는다 가렵지 않아도 긁는

다 눈보라처럼 버짐이 일어난다 창문을 긁고 가는 바람의

메마른 웃음을 분석하고 싶은 밤 네가 내 앞에 서 있다 거

울을 통해 자기 등 뒤를 살피던 고양이의 매서운 눈매를

하고 있는 너 네 앞에서 나는 왜 거울인가(습관성 겨울, 부분)

 

사랑하는 사람과는

서로 눈을 바라보거나, 매서운 눈매로 관찰하는 사이여서는 안 된다.

내 등을 맡기고,

내 손을 맡기고,

잠자리에서 내 다리에 떠걸린 무게도 긍정해야, 그게 사랑이다.

사랑은 3차원의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것만이 아니라,

두 사람의 아우라 사이에 벌어지는,

자못 신비로운 소통의 경험을 느끼는 것이다.

 

그의 시에 사랑의 결핍이

사랑을 쓰지 못하게 한다. 

 

그녀의 유언을 반복해서 중얼거릴 뿐이다

펴지 마라 접힌 순간을

 

물결이 번지다 말고 멈춘다

나는 물결을 믿지 않는다

겹쳐지고 겹쳐지는 그녀

그녀는 시간이다

시간은 반투명 유리다(투명 나비, 부분)

 

 

유서는 언제 어디서 만난 것이든, 펼친 사람을

그 종이를 펼친 순간을 기억나게 만들 것이다.

이 시집이 벽을 넘지 못하고 퍼질러 울고 있는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

접혀진 시간과

접혀진 마음때문이라면,

그가 그 벽을 넘고 사랑의 물꼬를 튼 시를 쓰기를 기대해 본다.

 

습관성으로 겨울은 냉랭한 것이지만,

사랑 역시 습관성으로 변하고 나면 자기장이 여려질 수 있는 것이지만,

장그래처럼, 그도 장승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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