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십팔사략 1 - 삼황오제에서 서주까지
고우영 지음 / 두산동아 / 1994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 학교에서 이 책을 빌려 보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

남구 도서관의 전자책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재빨리 대여해서 읽어 보았다.

수업 들어가기 전에 쉬는 시간 틈틈이 읽는 맛은 그만이다. 아, 오죽하면 수업 들어가기가 싫다. 그리고 수업을 조금이라도 빨리 마치고 돌아와서 읽고 싶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쉽다. 이런 만화를 읽어본 지가 얼마만이었던가.

이제 1권을 읽었지만, 이 책이 열 권밖에 안 된다는 것이 아쉽다.

그 어려운 중국사를 책으로는 읽어낼 수 없었는데, 이 책으로 중국을 더 알 것 같다.

내가 중학교 시절, 하은주라는 나라 이름을 사람 이름인 줄 알았고, 달기나 포사 같은 여자들의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것이 한스럽던 때가 있었다. 역사에 해박하지 못한 내가 세계사 책을 읽고 또 읽는 것은 결국 전화번호부를 읽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대학 입시에서 가장 많이 틀린 것도 세계사였다. 절망적이었던 세계사. 그렇지만 내가 세계사를 싫어하지 않는 건 다행이다.

특히 그 어려운 중국사를 고우영씨의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 아들이 내년엔 중학생이 된다. 다행이다. 중학생이 되기 전에 이 책을 읽혀 주고 싶고, 이런 책이 있는 세상에 중학생이 되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지 아니한가.

지금 중학교 다니는 자녀들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 일단 읽어보시고, 자녀들에게 권해주실 만 하다.

어른들이 읽는다면 세상 사는 이치를 읽어낼 수도 있지만, 결코 단편적이지 않은 고우영 화백의 필체는 역사의 온도계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반고에서 서주의 성립까지 후다닥 넘긴 하루, 전자책의 재미를 흠뻑 즐긴 하루였다.

전자책이 좀 아쉬운 점은, 배경의 중얼거리는 엑스트라들의 작은 글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알라딘처럼 책장사들에게는 전자책, 전자도서관의 개념이 반갑지만은 않겠지만, 흐르는 물을 되돌릴 수 없지 않은가. 보아의 아이디, 피스비란 노래에보면, 우린 알아요, 되돌릴 수 없단 걸... 하는 말이 나온다. 참 인상적이다.

세상은 감추어진 세상에서 다 드러내는 세상으로 흐른다. 더러운 것을 가리기가 예전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깨끗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책의 순기능은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인터넷의 순기능은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대형 서점에서 책을 지들끼리 팔아쳐먹는 행위, 아무리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아침이 온다는 것을 안다면 그리 오래 버티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오래된 책들, 그리고 상업적이지 않은 정보들이 손쉽게 우리 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소리를 듣게 된 것 같아 흐뭇한 책이다.

아, 빨리 2권을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