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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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붙들고 있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지난 주에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

책을 읽고 있는데 사람들이 힐끗거리고 날 쳐다보는 시선이 많았다.

이상한 인종을 본다는 듯... 그들은 다들 똑같은 걸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민 선생 책을 참 부지런히 읽는데도, 쓰는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

덮어놓고 넘치게 읽는 걸, '남독'이라고 하는데,

또 죽자고 읽기만 하는 걸, '도능독'이라고 하는데,

정민 선생이 '다산 지식 경영법'을 몸소 실천하여 다작을 하는데, 깊이가 좀 아쉽다.

 

이 책에서는 읽기에 대한 9인의 이야기를 묶었다.

조선 사람들이니, 그 독서의 틀이 한문서적들에 한정된다.

읽는 방법은 특정되지 않는다.

 

책이란,

1. 명도정덕의 경전

2. 경세치용의 역사실용서

3. 수사미관의 문장서

4. 계물흡문의 고증훈고서

5. 유담파적의 소설쇄기... 등으로 분류한다. (362)

 

홍석주의 분류인데, 조선의 책에 대한 관점을 잘 드러낸다.

홍석주가 마지막 것을 경계한 반면, 사실 독서라고 하면

현대인들은 마지막 것을 염두에 두지 않나 싶다.

 

경전이 사라진 시대,

역사 역시 '소설쇄기'를 통해서나 접하고,

그나마 드라마를 통해 바라보게 되는 시대.

'중고등학교 문제집'은 '실용서'에 속할 것이고,

참으로 독서의 범위가 천해지고 속된 것으로 좁혀졌다는 생각이 든다.

 

반구저기(反求諸己) : 자기 자신에게서 돌이켜 구한다.(맹자)

 

독서가 '자기 자신'과 떨어져서는 아무 힘이 없다.

 

그리고 책은 '먼 길을 가는 사람의 노정기' 역할을 한다.

 

책이란 한 부의 노정기이고,

행함이란 말에게 꼴을 먹이고 수레에 기름칠해서 노정기에 따라 몰고 또 달리는 것이다.

말에 고삐를 씌우고 수레를 손질해 두고는

몰지도 않고 달리지도 않으면서,

오직 열심히 노정기만 강론한다면,

먼 길을 가려는 계획은 끝내 무너져 이뤄질 날이 없다.(205)

 

공부를 하는 것은 '실천'과 떨어져서는 무용지물이다.

강을 건너는 뗏목은 수단일 뿐이다.

책은 뗏목이란 소리다.

강을 건너고 나면 뗏목은 버리는 것.

삶의 목적은 책을 읽는 데 있지 않다.

 

곧, 이 책은 쓸데 없는 책이다.

다만, 이정표처럼 길을 가르쳐서 사람을 헛되이 돌게 하지 않는 정도의 역할이다.

 

이 책에서 책을 읽는다는 일은, 공부한다는 일과 같은 의미인데,

공부할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放' - 마음을 내버려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求放心' - 방심을 구하는 것이다.

 

두가지 다 중요하다.

 

가슴속에 떡덩어리처럼 딱 맺힌 것이 있게 된다.

그럴 때는 등한하게 내버려두되 생각조차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101)

 

이렇게 방심하고 있어야 할 때도 있는 법.

그렇지만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노라면, 어느 순간 문리가 확 트이는 법이다.

 

그렇지만 '맹자'에서 논한 바,

공부란 '방심을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방심의 상태에서 마음을 구하는 것.

 

그러니, 늘 방심하도록 놔두지 말고, 정밀한 독서에 힘쓰되,

골똘히 생각해도 막혀 진전이 없을 때는 '방심'의 방법을 쓰는 것도 한 이치.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니,

골똘히 안고 마음을 담글 책을 맞으러

깊은 책장 속으로 산책을 떠나게 해주는 책이다.

다만, 책장 속에서 길을 잃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헤매기만 해서는 곤란할 노릇.

 

----------- 편집 오류 하나

 

284. 책 꽤나 읽었다는~~, 공부 꽤나 했다는~~

  이것들은 '깨나'라는 조사로 붙여 쓰고 '책깨나, 공부깨나'라고 써야 옳다.

 

꽤나 부사보통보다 더한 정도로.

    (예) 2월이었지만 햇살은 꽤나 따뜻했다.

 

깨나 조사체언의 뒤에 붙어, 어느 정도 이상이나 상당한 정도임을 나타내는 보조사.

                       주로 아니꼽거나 눈꼴사납다는 투로 쓰인다.

    (예) 나이깨나 든 사람이 하는 행동이 어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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