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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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발은 225mm란다. 내 발은 260이나 되는데, 우리 6학년 아들의 발도 240이 되는데 말이다.

저 작은 발로 지구를 세 바퀴 반이나 돌고 오더니 이제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우리 땅을 걷는다. 참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분이라 생각한다.

그의 글을 읽을 때 늘 느끼는 거지만, 글은 별로 매끄럽거나 맛깔스럽지 않다. 그렇지만 그만의 독특한 수다스러움이 개성적으로 느껴지는 글이다.

그의 사전에 좌절이란 없는 것 같다. 좌절은 다름아닌 자기를 믿지 못해서 희망이 없어진 상태라고 말하는 그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의 <난초론>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인연이란 그냥 내버려두어도 저절로 자라는 야생초가 아니라 인내를 가지고 공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 포기 난초라는 이야기.

긴긴 길을 가면서 인생에서 단맛만이 아니라 맵고 쓴 맛도 섞여야 건강한 맛이라는 것을 느끼는 그이는 사람을 대하는 에너지 하나만큼은 단연 돋보이는 사람이다.

국토 순례 대행진이란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걷기의 즐거움을 느낄 날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늘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가는 나날에서 그는 인생의 진리를 깨우친다. 성공하는 방법은 느리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는 것.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이제 내가 못 배운 것들을 생각할 때가 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 피아노를 잘 치고 싶었고, 이젤 세워 두고 풍경화도 멋드러지게 그리고 싶었다. 그가 들려준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이야기는 내게 힘을 준다. 70이 넘은 노인에게 매일 왜 5시간 이상의 맹훈련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직도 날마다 나의 소리가 조금씩 좋아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나이에 상관 없이 뜨거운 청춘을 사는 듯한 그는 마치 사무엘 울만의 <청춘>과 어울리는 사람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무릎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인생이라는 깊은 샘의 신선함을 이르는 말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세 청년보다는 6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가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이 주름진다.

고뇌, 공포, 실망에 의해서 기력은 땅을 기고

정신은 먼지가 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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