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나라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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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망’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누렇게 삭아버린, 한 번도 지키지 않았던 생활계획표 같은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은 미움이다. 미움의 힘이다. 우리가 이렇게 앓고 있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보다,

미워할 것을 분명하게 미워하지 않아서 생긴 게 더 많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졌다.(작가의 말에서)

 

전두환은 과연 돈의 문제인가?

"아, 쓰바, 치사해서~ 갚으면 될 거 아냐?"

이러면 다인가?

 

왜 새삼 광주를 꺼냈는지 물을 필요도 없다.

광주를 '홍어'에 비유하는 자들이 등장한 것도 새로울 것이 없다.

광주는 아직 <사태>고, <폭도>에 가깝다.

 

말뿐인 <민주화 운동>은 역사책에서도 지워버리고 싶은 단어일 뿐이다.

그날 마지막 밤.

총소리를 들으면서 누구도 잠들지 못했을 그들은

아직도 날마다 환청 속에 살아갈지 모른다.

 

광주는 33년 전 피울음을 울던 도시고,

그로부터 한반도를 지배하던 정서였다.

그러나... 그 미움을 잊고... 분노를 잊고,

아니, 그 미움으로 대통령된 이가 화해를 운운하면서 미움을 잊자고 한 후로,

광주는 다시 땅바닥에 패대기쳐지고 말았다.

 

에스키모들이 썰매에 개를 묶을 때,

젊고 튼튼한 개들 사이에 늙고 병든 개 한 마리를 끼워넣는다고 한다.

그리고 채찍질을 하는데 그 늙고 병든 개만 집중적으로 때린다는 거다.

그 개는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게 되지.

그 개의 처절한 비명이 다른 개들에게 공포심을 준다는 거야.

그래서 찍소리 못 하고 썰매를 끌게 되는 거야.

에스키모들은 어느 때 어떤 공포심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는거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획책해서 다시 권력을 잡은 자들은,

다시 늙고 병든 개를 필요로 한다.

 

'용산'에서,

'쌍용자동차'에서,

'노무현의 죽음'에서,

'천안함의 거짓말'에서

그리고 '4대강의 죽음' 에서...

 

미움과 분노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밥그릇의 적음에만 분노하는 사람은,

모래알보다 작은 사람은,

알래스카의 개들처럼,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다.

 

그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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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9-2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개는 때려잡아야 한다"는 루쉰의 말이 생각나요. 나를 물려고 하던 개가 물에 빠진 것을 보고 불쌍해서 건져줘봐야 다시 나를 물려고 할 것이라는 이 표현은 신해혁명 후 위안 스카이가 정권을 탈취하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을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화해'나 '화합'은 결과적으로 박근혜씨와 유령들이 돌아오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하다못해 가카도 그때 사면을 받았잖아요. 화해나 화합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대국적인 차원에서 끌어들이는 것은 마치 일본우익에게 다 용서하니 화해하자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글샘 2013-09-21 04:57   좋아요 0 | URL
지금 몽둥이를 든 자들은 '미친개를 때려잡자'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인 선거를 망쳐놓고는,
몽둥이를 들고 있으니...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고 했다가는 얻어맞을 판이지요.
선거를 저들이 틀어쥐고 있으니 내년 선거는 과연 어떻게 작전을 짤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