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안도현 / 열림원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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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잘 읽히면서도 재미있다.

가출 청소년의 짜장면 배달과 오토바이 폭주족과 새콤한 첫사랑 이야기.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자장면이 맞는 표기란 걸 작가는 알지만, 제목을 짜장면이라고 붙였다. 세상 모든 사람이 짜장면이라는 음식에 대해서 자장면이라는 위선적인 이름을 붙인 어른들의 허울에 대해서 저항하기 위한 제목이다.

정말 자장면이란 표기법은 웃기는 짜장이다.

내가 살아 보지 못한 삶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웃기는 짜장보다도 단무지보다도 시금털털한 눈물이 담긴 인생들은 삶의 수효만큼 명멸해 가는 것 아닌가.

우리 반의 몇 놈도 나보다 쓴 맛을 많이 본 표정으로 늘 날 보면 씨-익 웃는다. 자장면을 가르치는 선생을 말이다. 짜파게티, 짜짜로니, 짜장박사들 사이에서 고고하게 혼자 옳은 <자장면>의 철학은 짜-장들이 보기엔 얼마나 볼품 없을 것인가.

지갑을 분실했다. 카드와 신분증과 전화번호부 같은 것들이 들어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지갑 안에 정말 나한테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 있었을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내가 나임을 증명해주던 플라스틱 세상에서, 정말 내가 잃어버린 것은 <나> 아니었을까?

안도현의 책을 읽으며, 잊고 살았던 나에 대해서 생각한다. 무기력하게 생을 바라보던 나의 사춘기. 그리고 내가 어른이 되어 만나고 있는 서른 댓 명의 사춘기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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