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통신 2005 - 3호                                       부산공고 1학년 기계과 1반


목표를 세웠으면, 도전하자.


우리 반 친구들에게 쓰는 두 번째 편지다.


1. 내 인생에 지각하지 말자.

오늘은 8시 10분에 지각자 체크를 했다. 어떤 학생은 8시 10분은 너무 이른 시각이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아, 명심(銘心, 마음에 새김)해라. 세상은 사람이 정한 규칙에 따라 살아야 하는 피곤한 쳇바퀴 속임을. 어떤 집단에서든 정해진 시각에 맞춰 출근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니, 오히려 출근 시간보다 이삽십 분 일찍 출근해서 청소도 하고 그날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 보통의 직장인들이란다.

부디 수요일에는 지각자가 한 명도 없기를 빈다. 정말 그 날은 굵은 몽둥이로 종아리를 다섯 대씩 때릴 예정이다. 너희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등교 시간도 제 맘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인생을 멋지게 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주는 부디 8시 10분을 모두 지켜 주기 바란다.

대신, 수목금토 나흘간 지각자가 한 명도 없다면, 다음 주부터는 지각자 체크 시각을 8시 30분으로 늦춰주마. 나흘간 종아리를 맞는 사람이 생기면 등교 시각은 점점 앞으로 당길 것이다. 혹독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단체 생활에서 나 혼자의 잘못으로 나 혼자만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한 수단이니 제발, 지켜주기 바란다.

담임이 멋대로 되도록 놓아 두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아이들이 있을지 모르나, 세상에 가장 불쌍한 인간은 ‘이별한 인간’이 아니라 ‘잊혀진 인간, 기대받지 못하는 인간’임을 배우기 바란다. 너희에게 기대하는 것은 제발 들어라.


2. ‘나’를 사랑하자.

국어 시간에 ME의 그림자가 WE라고 했던 거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학교는 나빠, 우리 반은 별로야, 우리 집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우리 아빠는 무능력해... 핑계로 돌리는 <우리>는 <나>의 그림자일 뿐이란다. 세상을 사는 것은 그림자가 아니지. 바로 <나>다. It's ME. 바로 ‘나’란 말이다. 부처님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셨다. 온 세상에서 오로지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는 뜻이다. 내가 최고 잘났다는 왕자병 환자의 발언이 아니고,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내가 하는 노력’이 세상의 모든 것임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우리 학교에 대해서 불평하기 전에, 내가 지금 여기서 바라볼 수 있는 저 꽃송이를 느낀다면, 우리 가정의 가난에 불만갖기 전에,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해 나를 계발할 수 있다면,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가 부처고, 모두가 하느님의 우주다. 그만큼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은 빛이고 별이고 꽃송이 같은 존재란 말이다. 꽃이 찡그리는 거 봤어? 늘 웃으며 살아라. 지나간 과거의 <그들>을 탓하지 말고, <지금, 여기의 나>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인 것이다. 멋진 진학을 꿈꾸는 학생, 지금 여기의 나를 돌아보라. 멋진 취업을 원하는 친구, 지금 여기의 나를 느껴보라. 멋진 미래의 씨앗을 심고 있는가?

 

3. 중간 고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자.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 단추는 모두 엉터리가 된다. 처음은 그만큼 중요하다. 첫 중간 고사. 고등 학교 시험 중 제일 중요한 시험이다. 그런데, 다들 잘 치고 싶다는 의욕은 있지만, 잘 칠 계획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전산 숙제를 하는데, 2진수, 8진수, 18진수로 만들 줄을 모른다. 그게 바로 시험 문제이거늘... 모르면 잘 아는 친구에게 물어 보고, 베끼더라도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간 고사 준비임을 모르는구나... 어리석은 학생아. 25일-28일까지 시험이니까, 9일부터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주에는 영어와 수학을 복습, 또 복습해야 한다. 실업계 시험 문제가 쉽기는 하지만, 평균 100점이 나오게 내지는 않는다. 2+3을 내지는 않는다. 적어도 교과서 문제는 다 풀 수 있고, 교과서 영어 문장은 중요한 것은 줄줄 외워서 시험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2주 정도 기간을 잡아서 <제 1차 학습> 1주일은 전 과목의 시험 범위를 죽- 읽어 본다. 그리고 컨닝 페이퍼를 만든다.(이 컨닝 페이퍼를 실제로 쓰면 큰일난다. 최소한의 공간에 최대로 압축된 시험에 출제 가능성 높은 것들은 적는 컨닝 페이퍼는 시험 1주일 전에 완성하라. 컨닝 페이퍼의 형식은 과목에 따라 다르다. 어쨌든 전과목의 컨닝 페이퍼를 만들어라. 시험에 나올만한 걸로 정확히 추출해서. 무식한 놈은 잘하는 친구의 컨닝 페이퍼를 베껴라. 베낀 놈이 원본보다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시험 범위는 정확하게 알아 두는 것은 기본이다. <제 2차 반복 학습> 시험 1주 전부터는 문제집도 풀고, 컨닝 페이퍼의 내용을 정확하게 암시한다. 시험 감독이 엄하므로(감독이 2-3명), 컨닝 페이퍼는 볼 수 없다는 걸 염두에 두고. 문제집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꼭 봐라. 프린트만 달달 외워서는 만점을 받을 수 없다. <제 3차 반복 학습> 그리고 시험치기 전날에는 다음날 칠 과목의 컨닝 페이퍼를 충실히 챙기고, 배부한 프린트, 노트를 확실하게 반복 학습한다.

이렇게 세 번을 보고 시험에 임한다면, 인문계 진학한 친구들이 침을 흘릴 대학 진학, 주변의 어른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에 부러움을 흘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멋진 아내 감도 얻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밝은 미래에 가까워진다.

학원을 믿지 마라. 공부는 내가 하는 것이지, 전문가가 도와줄 수 있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법. 선생님을 믿고 최선을 다해 컨닝 페이퍼를 만들어 활용해라.


4. 인생은 유도의 낙법 연습이다.

낙법은 유도의 기본이며, 낙법은 넘어지는 연습, 지는 연습, 실패하는 연습의 반복이다. 한 술 밥에 배부른 사람 없다. 처음부터 성공하겠다는 꿈은 너무 뚱뚱하다. 넘어져도, 또 넘어져도 쓰러지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목표를 가진, 도전하는 사람.


마지막 부탁, 이 종이 버리지 마라.


召命 동산에 목련이 만발한 봄날,


책임 회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고등학교 생활을

멋지게 완성해 나가길 바라는 담임 선생님이 쓴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하진 않지만, 도전하지 않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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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04-0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런 글을 받다니 정말 행운아들이네요..
특히 ME의 그림자가 WE라는 말씀 깊이 와닿네요.

글샘 2005-04-0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짜식들, 나같은 좋은 선생님을 만났으니 너희는 얼마나 운이 좋으냐... 하고요. 어리석게도... 요즘엔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을 갖게 된 우연했던 내 삶의 갈림길이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열여덟 나이에 고지식했던 제가 그 때는 별로 인기도 없던 교직을 택했던 <대사건>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고, 우리 반 아이들을 만난 일을 날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