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 망설이는 사람 3초에 결정하는 사람
사가와 아쓰시 지음, 신윤록 옮김 / 이가서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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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만 보고, 망설이지 말고 결정해라... 뭐, 이런 류의 처세에 대한 안내서 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용은 상당히 특이하다.

미국방성의 자료 수집 방법의 하나로, "리모트 뷰잉"을 쓴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같은 이야기다.

생각을 하면 안 되고, 온 몸이 센서가 되어, 직감을 기르는 일련의 훈련을 거치면, 초능력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말 그대로 <멀리서 볼 수 있는>, <투시>의 힘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어리면 어릴 수록 뷰잉의 힘은 크다.

우리의 복잡한 이성에 대치하는 기술로써의 리모트 뷰잉, 생각하면 안 되고 그야말로 온 몸으로 본능적인 직감을 이용해서 감각을 잡으라는 것이 요지다.

나처럼 의심병 많은 사람은 해 보지도 않고 과연 그럴까? 하고 머물기 쉽다. 저자는 그걸 믿고 미국까지 가서 배워 왔다니...

내가 처음 아이들에게 9품사를 가르칠 때, 중학교 1학년에게 어떻게 9품사의 이름만이라도 외우게 할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 앞글자를 따서 9품사를 외우게 하고, 그 기능들도 가능하면 묶어서 외우게 할 만한 이야기를 떠올리려고 고민고민 했는데, 결국 수업시간이 임박해서도 명쾌한 이야기가 없었다.

이제, 곧 수업 시작인데 화장실에서 갑자기 앗, 하는 생각이 떠올라서 부랴부랴 교무실로 와서 백지에 이야기 얼개를 적었고 수업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감동적으로 쉽게 외우는 수업을 경험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만 않아도, 그러기 위해서 늘 메모장을 가져 다닌다는 이하윤 류의 <메모광>도 있을 수 있으나, 여러 모로 쓸모 있는 생각들이 떠오를 때마다 서재에 기록하고 옮겨 두는 방편도 아주 쓸모있다. 요즘엔 학급 일기에 적어줄 말이 뾰족하게 떠오르지 않을 때, 내 서재의 페이퍼들을 죽 둘러본다. 그러다 보면 예전에 적어 두었던 기록들이 다른 시각에서 <나 좀 써 주세요.> 하며 떠오른다.

이성보다 혁명의 사고를 믿고 계발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해 준 책이지만, 새롭긴 한데 이 책을 읽고 뾰족하게 새로운 것을 얻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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