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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예요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고종석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3월
평점 :
이 책을 절반쯤 읽을때까지 뒤라스가 젊은 시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꾸 사랑과 죽음의 이미지가 겹쳐져서 저자의 약력을 보니
이 책은 여든 네 살의 할머니 뒤라스가 죽기 1년 전 쓴 글들이다.
서른 다섯 살 연하의 연인인 얀(85세에 죽을 때 50세였다는)에게 떠오르는 상념들을 끄적인 것인데,
무척이나 강한 필치다.
당신은 당신 됨됨이 그대로예요. 난 그게 기뻐요.(55)
연인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론 이런 것이 최고가 아닐까?
네가 이래서 좋고,
저런 점은 이렇게 고치면 좋겠고...
이런 것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욕심이다.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이중의 제로.(75)
난 이 구절이 참 좋았다.
아무것도 아니란 것은 '무시'라거나 '제로'가 아니다.
아무것도 될 필요가 없이,
그냥,
'당신 됨됨이 그대로' 좋다는 것.
사랑은 ~여서 좋거나, ~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해선 안 된다.
그냥, 좋은 것.
그런 마음을 '제로'에서 느낄 수 있다.
죽을 때까지 난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너무 일찍 죽지 않도록 힘써볼게요.
내가 해야할 건 그것뿐이에요.
20년도 전에 영화관에서 본 '연인'이란 쓸쓸한 이야기의 작가라는 것은 별로 독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만,
사랑과 나이는 무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마음의 뜨거움은
열정에 비례하는 것이지, 나이와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
그 사람의 존재 자체에 감사를 보낼 일이지,
자꾸 욕심낸다고 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하는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