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즐거움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책의 표지에,

코발트 블루를 지향한 그라데이션이 칠판처렴 펼쳐져 있다.

책꺼풀을 벗겨보게 만든다.

기대감...

역시, 책표지도 코발트 블루...

속표지는 그린이 약간 비친 블루...

챕터마다 끼워넣어진 간지도 회색이 감도는 성실한 블루...

 

나는 하늘의 푸르름을 바라본다.

 

문은 없다. 아니면 문은 오래전부터 열려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따금 이 푸르름 안에서 꽃의 웃음과 같은 소리를 듣는다.

그 푸르름을 함께 나누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소박한 웃음소리를.

 

당신을 위해 그 푸르름을 여기 이 책 속에 담았다.(188-189, 에필로그)

 

에필로그는 회색에 가까운 옅은 블루다.

 

여기서 '문'으로 이 글을 닫은 이유는 책의 첫문장과 아귀를 맞추기 위해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려 넣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11, 프롤로그)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

불현듯 불어를 듣고 싶어졌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미감이 전달될 듯 싶었다.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이 쓰는 것은,

벽에 문을 그리고, 열고 들어가는,

마치 호그와트로 들어가는 마법의 문처럼,

툭, 떨어진 열쇠 하나 구하는 일인듯 싶었다.

그럼, 이 책에서 열쇠도 하나 그려넣어주면 좋지 않았을까?

 

... 싶던 차에, 에필로그를 넘긴 마지막 페이지에,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그걸로 어디 무슨 문이라도 하나 열 수 있을까 싶은 열쇠가 하나 놓여있다.

 

글을 읽는 일은, 지루하고 따분한 일일 수 있다.

그렇지만,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 속에,

한없이 푸르른 빛을 그려줄 수 있는 글이라면,

그래서 그 푸르른 초원 위에 금빛 태양 빛나는 풀밭에서

한가로이 게으르게 노니는 한 마리 말이

초식동물 특유의 느긋함으로 끝없이 풀을 뜯는 일처럼,

느릿느릿 진행되는 반복 속에서

반짝이는 금빛 석양을 새김질하는 행위처럼...

읽는 일도 사랑스럽고 귀하게 여겨질 수 있었다.

 

오늘 하루,

삶이 잿빛이었던 이들에게,

푸르름을 조금씩 나눠주며 마음을 전염시킬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번역이 아쉬운 한 구절...

 

영혼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는 컴퍼스다.

오직 성자만이 그 컴퍼스로 완벽한 원을 그려낸다.(118)

 

앞의 컴퍼스는 '나침반'이고 뒤의 것은 '컴퍼스'렷다.

중의법으로 쓴 표현인 건 알겠는데, 그냥 컴퍼스로 적으니...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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