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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탈렌
백가흠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9월
평점 :
어린 시절
옷장 안에 신문지로 감싸인 좀약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좀약이란 발음이 촌스럽다 여겼다.
'좀'이란 것이 옷이나 종이를 쏠아대는 벌레란 것도 나중에 들었다.
언제부턴가
좀약의 자리에 나프탈렌이란 말이 들어섰다.
나프탈렌은 그 냄새만큼이나 화한 느낌이다.
차가우면서도 열기가 느껴지는 단어만큼 그 냄샌 독특하다.
이 소설의 제목을 나프탈렌이 붙인 편집자는 '차가운 열기'를 잘 포착한 사람이다.
이 소설속 인물들은
뜨거운 마음으로 가득한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눅눅하고, 누추하고, 거기다 구질구질하고 비가 내린다.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그 속에서,
장맛비로도 아니 어떤 폭우나 호우로도 씻기지 않을 삶 속을,
액체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보송보송하니 화한 냄새를 풍기며 기화하는 꿈을 꾸었을는지도 모른다.
노인과 사랑.
꽃보다 중년.
이런 것이 요즘 트렌드라면,
이 소설보다는 '은교'의 문장이 훨씬 아름답다고 권해주고 싶다.
누구에겐가 다가서는 죽음과 공포의 미스테리,
이런 것을 맛보고 싶은 이라면,
정유정의 7년의 밤 같은 소설을 권해주고 싶다.
나프탈렌은 고체가 액체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기화하는 물체이다.
소설 속에서는 고체가 액체가 되어 세상을 구질구질하게 물들이는 것도 잘 포착해야 그게 소설이다.
이 소설은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