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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ㅣ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유명한 책이고, 베스트 셀러에도 많이 들어 있었던 책 같은데... 아이들도 독후감으로 잘 적어내는 책인데... 어찌 내 눈에 얻어걸리지 못했다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이 책의 원제목은 여행자의 선물이다. (The traveler's Gift)
이야기는 아주 평면적이다. 실직과 가난, 딸의 질병으로 고통받던 폰더가 꿈을 꾸는 세계로 들어가서,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을 일곱 만나서 교훈을 듣고 온다. 미래의 자기 모습은 <왕 유명한 사람>이다. 폰더씨는 갑자기(?) 의욕적인 인간으로 변신한다는 황탄한 이야기다.
이 책이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각 장의 말미에 실린 격려 편지들일게다. 확실히 선동가적 기질이 있는 작가의 <부흥회> 수준의 편지들이다. 그저 놓쳐버리기엔 아쉬울 정도로...
그런데, 이 책을 읽고 푹 빠질 수 없는 것은... 너무 치즈 냄새가 풀풀 날린다. 이차대전을 평화롭게 끝내려고 원자 폭탄을 고뇌속에 터트린 트루먼 대통령, 북부의 공업지대에 필요한 노예를 공급하기 위해 남부의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 대통령, 게티스버그의 선동가 체임벌린, 평화로운 고요한 서쪽의 대륙 어메리카의 주인 인디언들에게 철천지 원수일 콜롬부스, 유태인의 세종대왕 솔로몬, 핍박받던 유태인의 화신 안네 프랑크, 그리고 그들의 대천사 가브리엘까지... 그리고, 폰더씨의 미래에 그려진 <명성, 부, 칭찬, 존경...>. 이 모든 것들은 너무도 미국적인, 미국인들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해될 법하지만, 삐딱한 내가 보기엔 왠지 자연스럽지 못하고, 그들만의 좁은 안목에 갇힌 미국적인 우화라고나 할까...
이렇게 쓴다면 어떨까, 아이엠에프로 실직 당하고, 저당잡힌 집도 날리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노숙자로 떠도는 가장이 어느 날 꿈을 꾼다. 한국적 민주주의(=폭력적 독재를 통한 국가독점 자본주의)의 토착화로 공이 큰 박통과, 조선시대 성군으로 칭송이 자자한 세종대왕과, 용맹함과 총명함으로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이순신 장군, 올림픽과 월드컵, 컬러 티비 방송, 프로야구 등으로 3S 정책으로 유명하고 장세동과의 의리로 유명한 29만원 대통령, 유명한 스님들, 조선의 철학자들 이이, 이황, 실학의 대가 다산, 연암, 추사... 이런 이들이 나와서 같은 논조로, 공은 여기서 멈춘다(가난을 종식시킨 박통), 나는 지혜를 찾아 나선다.(세종), 나는 행동을 선택하는 사람이다.(충무공),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한다.(전통),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선택하였다(성철), 나는 매일 용서하는 마음으로 살겠다(이황), 나에겐 믿음이 있다(실학)... 뭐, 이런 줄거리로 쓴들 크게 거슬리지 않을 듯 싶을 거라는 생각을 만들 정도다. 이 가장의 마지막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참된 나>를 깨닫고 미망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자기 이름이 달린 빌딩, 거리... 이런 황탄한 것 보다는...
미국의 기준이 세계에 통용될 듯하지만, 그들의 물질 문명이 극도에 달한 지금, 대천사 가브리엘의 멸망에 대한 예언이 <나>를 향한 것이란 깨달음까지 가지는 못하고, 폰더씨의 화려한 복귀로 해피엔딩이라 착각하는 소설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마음들은 얼마나 팍팍하고 죽지못해 사는 것인지... 읽는 내가 다 팍팍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