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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클래식 - 우리 시대 지식인 101명이 뽑은 인생을 바꾼 고전
정민 외 36명 지음, 어수웅 엮음 / 민음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파워와 포스는 다르다.
파워는 삶의 활력소고, 삶의 주체로서 느끼는 힘이고,
포스는 상대적으로 비교할 때 객체가 되어 느끼는 힘이다.
포스는 무력이고 파워는 인생에서 우러나는 아우라다.
독서가 파워있게 되려면,
우선 책을 읽은 사람의 심금의 거문고줄을 '둥~~~~~~~~~'하고 오래 울리게 되어야 한다.
흔히 '인생을 바꾸는 독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꿀 리가 있나?
분명 어떤 계기가 있었겠지만,
그 시절에 읽은 책이 오래 울림이 남는 거겠지.
나는 책을 읽어온 것이 한 십 년 되어간다.
그 전에도 되는대로 닥치는대로 소설도 읽고 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하면서 리뷰를 남기고 정리를 한 것이 한 십 년 된다.
그러면서 생긴 버릇이,
고전들을 섭렵하고 싶다는 마음의 충동질이다.
이 책엔 등장하지 않지만,
내 마음의 거문고를 울린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금강경'이다.
'선으로 읽는 금강경'인가 하는 두툼한 책을 읽으면서,
삶의 무게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된 듯 하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은 유명한 것들이다.
소개한 사람들도 유명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여러 작품을 소개할 때 늘 아쉬운 점은,
통일성이 없다는 것이고,
고전이 좋다~고 말하면서, 그 고전에 대하여 좀 더 상세히 설명하는 일을 뛰어넘고,
자기 감상을 늘어 놓기 쉽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그 아쉬움들을 잘 해소한다.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짧은 속에 줄거리와 핵심을 잘 짚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은 무궁무진 늘어난다.
그렇지만, 내 시간이 허여하는대로 흘러갈 노릇이다.
작가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일종의 '어린이 정신'.
세계는 선한 자와 악한 자로 이분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정신으로 충만하여 사는 성인과 그것을 잃어버린 불행한 사람들로 나뉘는 것임을 깨우친다.(20)
<조르주 베르나노스,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이런 책을 어찌 읽어보고 싶지 않겠는가.
플로베르에 이르러 글쓰기는,
그 내용과 형식의 대립 자체가 사라진다.
글을 쓰는 것과 사유하는 것의 차이가 사라지며
글쓰기는 어떤 총체적 존재가 된다.
그리하여 플로베르의 문장들은 하나하나 독립된 사물이 된다.
그래서 '마담 보바리'는 줄거리로 이해해야 할 작품이 아니라,
직접 읽어 봐야 그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유혹을 참는 일은 견디기 힘들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고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무시무시하게 빨라진 오늘날 우리에게,
더 이상 십 대라는 나이는 큰 의미가 없다.
나나 내 자식들이나 심지어 내 부모들마저도,
우리는 모두 똑같이 성장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이제 성장은 평생의 과제가 되었고,
그 막막한 불확정성 앞에서 우리는 언제나 격려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데미안'이 우리 곁에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135)
불후의 명작이란 말이 있다.
오래 되어도 썩지 않는다는 말이다.
진정한 클래식은 오래되어 표지가 낡아갈수록,
그 깊이가 더해지는 힘이 있는 책을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지만,
글이 길지 않아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고전의 힘을 보여주기에 훌륭한 역할을 할 책으로 보인다.